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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없어도… 무직자도… 대출 'OK'

입력 : 2015-11-09 18:30:38 수정 : 2015-11-11 13: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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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취약층이 위험하다] 중개업체 대출영업 혈안… 연체 기록만 없으면 ‘통과’
‘소득 조작’ 서류 안내까지 고리채 여부는 안 알려줘
“아르바이트 안 하는 대학생인데 대출이 되나요?”

“가능합니다. 필요한 금액 말씀하시면 최대한 맞춰드릴게요.”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24살 여대생이 대부중개업체에 전화를 걸어 “생활비로 500만원 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 여대생은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업체에서는 대출 경험, 연체 유무 등만 확인한 뒤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여대생은 “내가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대출이 너무 쉽게 되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처럼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소득이 없거나 적은 금융취약계층인 대학생이나 20대 무직자도 대출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들은 상환능력과 금융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체 등의 문제를 겪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대부중개업체들은 ‘소득 조작’ 방법까지 알려주며 대출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짭짤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금, 취업 준비 비용, 생활비 등 급전이 다급한 청년들은 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빚수렁에 빠진 청년 등 금융약자들은 결국 길거리에 내몰리거나 파산과 같은 파국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9일 세계일보 취재팀은 소득이 없는 24살 여대생을 섭외해 저축은행·캐피탈·대부업체 5곳과 대부중개업체 5곳에 대출 상담을 받아봤다. 저축은행·캐피탈·대부업체는 모두 “소득이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부중개업체는 전부 “소득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나이, 대출 경험, 연체 유무 등을 파악한 뒤 바로 필요한 서류를 안내했다. 대출받은 적이 없다고 하니 반기는 분위기였다. 돈이 필요한데 뭘 망설이냐는 식으로 대출을 종용하다시피 했다. 다른 곳을 좀 더 알아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한 업체는 “어차피 돈 필요한 것 아니냐. 나한테 빌리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소득이 없는데도 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소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한 업체는 “대학 재학생이라도 최종학력은 고졸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통장에 돈이 입금된 기록으로 소득을 증명하거나 친구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 사장님인 척 전화를 받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는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고 심사를 넣으면 된다”며 “대출 처음이면 100% 승인난다. 최대 15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자에 대해서 물으면 “심사를 넣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할 뿐 이자 부담을 설명해주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청년들은 대부분 법정최고이자율인 연 34.9%에 육박하는 이자를 물어야 한다. 강홍구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금융지식·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은 손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유혹 앞에서 빚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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