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번만 제대로 조치 했다면”… 공직기강 경고 외면한 靑 “청와대가 제대로 조치를 했다면…. 순간순간 아쉬운 대목이 많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의 말이다. 5일 검찰의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결과는 청와대의 공직기강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생산돼 언론에 공개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상응하는 공직기강 조치가 취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장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로 ‘찌라시’를 생산했고, 이를 최고위층에까지 보고했으며, 허위 사실로 판단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후에도 ‘다수 문건이 유출돼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거듭된 경고를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사무실에 민감한 지시를 내렸다. “정윤회씨 동향을 확인해 보고하라.”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른바 ‘청와대 3인방’을 살피던 중 정씨 존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건이 ‘靑비서실장 교체설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다. 2014년 1월6일 조 전 비서관은 이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차례로 보고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조치는 둘 중 하나여야 했다. “감찰을 계속 진행하라든지 중단하라든지 판단이 있었어야 한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김 실장은 문건 보도 이후 “풍설로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풍설’을 만들어 보고했다면 당시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구속기소), 조 전 비서관(불구속기소), 홍 전 수석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하지만 박 경정이 경찰로 조용히 원대복귀하며 상황은 덮였다.

불씨는 두 달 뒤 살아났다. 2014년 4월, 세계일보에 ‘靑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보도가 실린 것이다. 이때 청와대는 보안사고를 1차로 인지했다. 민정비서관실을 동원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한 감찰도 벌였지만, 실체 규명에 실패했다. “당신 방에서 문건이 유출됐으니 책임을 지세요.” 조 전 비서관이 관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조 비서관이) 인생의 다른 길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는 사고 발생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고, 불씨는 그렇게 또 덮였다.

취재 과정에서 다수의 문건을 입수한 세계일보는 지난 5월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막을 방법을 강구했다. 청와대 안에서 어떤 세력이, 어떤 의도로 문건을 빼돌리는지 알 수 없는 상황. 박근혜 대통령에게 곧장 연락할 수 있는 인물로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선택했다. “해결하겠다”던 박 회장은 돌연 움직이지 않았다. ‘나서지 말라’는 국가정보원의 조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후엔 조 전 비서관이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로 경고음을 보냈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증거물을 전달했고, “무슨 의도로 이러느냐”는 김영한 민정수석의 질타에 “사고부터 조사하라”고 소리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보안사고는 조응천, 박관천의 자작극’, ‘배후는 7인회’로 결론지었다. 이는 검찰 수사에서도 오판으로 결론났다. 검찰 관계자는 “허탈하다”면서 “오판을 직무유기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세계일보엔 ‘비리 혐의 청와대 비서관 1년째 내사 감감’ 기사가 실렸다. 이번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물갈이했고 핵심 업무 대부분을 민정비서관실로 이관했다. 식물 부서를 만드는 것으로 대응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가 한 번만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고 짙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해 11월, 세계일보는 ‘靑 정윤회 감찰 돌연 중단 의혹’ 보도를 통해 세간의 의혹을 받던 정씨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보가 나간 지난해 11월24일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세계일보 측은 “문건을 갖고 있으니, 민정수석실이 직접 설명하도록 하라”고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끝내 답이 없었다. 나흘 후 본지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을 특종보도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