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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300만원만 내면…"

입력 : 2013-07-15 11:21:21 수정 : 2013-07-15 1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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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행업체 “100% 성공률”… 턱없이 비싼 비용 요구도
면허취소 구제율 실제론 15% 수준… “가능성 꼼꼼히 따져야”
회사원 임모(35)씨는 최근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몰고나오다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임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06%로 면허취소 기준(0.1%)을 초과했다. 단속 경찰은 최씨에게 “취소 기준을 넘겨 어쩔수 없다. 행정심판을 받아보라”며 A씨의 전화번호를 건넸다.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될 것을 걱정한 임씨는 다음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그 정도면 90% 이상 구제된다. 비용은 3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소개로 왔으니 특별히 150만원에 해주겠다”며 착수금 75만원을 선입금하라는 말을 들었다. 임씨가 적지 않은 금액에 머뭇거리자 A씨는 “내가 그쪽에 있어봐서 아는데, 심판위원들이 다 선후배들”이라며 “그들에게 부탁하려면 돈이 들어간다”는 말까지 했다. 임씨는 그러나 다른 경찰관에게서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율이 실제로는 5∼15%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고 A씨와의 연락을 끊었다.

생계형 운전자를 위한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제도가 일부 행정사와 대행업체들에 의해 영리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턱없이 비싼 비용을 부르는가 하면 허위 성공사례를 통한 ‘100%에 가까운 구제율’ 등 허위과대 광고도 판을 치고 있다.

14일 경찰청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나 택시기사, 용달업체 직원 등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경우 엄격한 심사를 통해 ‘면허취소’ 대신 ‘110일 정지’ 등으로 감경해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각 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권익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지방경찰청을 통한 이의신청보다 권익위 행정심판을 통한 구제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그나마 전체 신청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면허취소가 정지로 감경된 경우는 3474건(신청 1만9942건)으로 17%에 불과하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3127건(〃 1만9538건), 2009년 3800건(〃 2만4054건), 2010년 4281건(〃 2만4999건)으로 매년 15∼17% 수준이다. 경찰청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아 구제율이 5∼10%다.

행정사무소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홍보하는 ‘100%에 가까운 성공률’이라는 광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업자의 허위과대광고만 믿고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구제신청을 했다가 기각되면 생계형 운전자들로서는 거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업무를 대행해주는 한 행정사는 “전혀 경험이 없는 행정사 사무소들이 허위 성공사례를 ‘아니면 말고’식으로 올려놓은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다”며 “비용으로 300만원이나 요구한다면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에는 행정사 자격증이 없이 활동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면허취소 구제는 혈중알코올 농도와 음주운전 전력, 운전경력, 사고 전력, 교통법규위반 전력, 직업, 운전면허 필요성 등의 자료를 까다롭게 검토하고 있어 구제 확률이 높을 수 없다”며 “대행업체를 이용할 경우에는 자신의 구제 가능성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하고, 지나치게 비싼 요금을 요구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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