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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모, 혹한에 보일러 끄고 자다가 그만…

입력 : 2013-01-07 10:26:30 수정 : 2013-01-07 1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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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
기름통엔 기름 가득 차 있어
평소 “자식에 부담될라” 걱정
연일 계속되는 혹한의 날씨에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내던 70대 노인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4일 광주시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50분 광주 동구 산수동 심모(79·여)씨의 주택에서 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심씨의 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심씨의 딸은 새해를 맞아 문안인사도 드릴 겸해서 반찬을 준비해 3일 오후 남편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 하지만 대문 앞에서 이름을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방안에 들어가 보니 항상 대문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던 친정엄마는 이불을 반쯤 덮고 누워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손을 만져봤는데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다. 숨도 쉬지 않았다. 심씨가 동사했기 때문이다. 방안은 전기장판만 약하게 켜져 있을 뿐 보일러는 가동되지 않아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런 냉방에서 심씨는 전기장판 하나로 영하의 날씨가 계속된 혹한을 견뎌 오다 이날 변을 당했다. 심씨는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거의 거동을 못하는 바람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냈다. 이날 보일러 기름통에는 아들이 1주일 전에 넣어주고 간 기름이 그대로 가득 차 있었다. 1주일간 거의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심씨의 딸은 이날 “평소에도 친정엄마는 자식들에게 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울먹였다. 이웃 주민들도 “심씨가 난방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 아닌 데도 자녀들이 채워주는 기름을 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심씨가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 데도 시신이 굳어 있는 점으로 미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일 추위가 계속되면서 노약자들은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건강한 노인이라도 혹한에 노출되면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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