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매장 제2 구제역사태 우려”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경북 구미 지역의 가축들을 폐기 처분키로 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와 환경연합 등은 26일 공동성명서에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은 재산 피해 보상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책에는 주민의 건강 영향 조사와 오염된 농작물, 토양, 생활주변에 대한 조치만 있을 뿐 불산 가스로 교란된 생태계와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된 가축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구제역 발생 때도 백신 접종 등 다른 대안이 있었는데도 일괄적으로 350만마리의 동물을 생매장해 침출수 등 2차적인 환경문제를 야기했다”며 “이번에도 오염 정도나 질병 발생 여부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4000마리에 가까운 동물을 폐기처분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은 “가축이 유해물질에 누출되면 우선 수의학적 점검을 하고, 그 다음 오염 정도나 질병 정도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지 상품가치가 없으니 폐기처분한다는 결정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농작물·가축·토양 등에 대한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조사 결과 가축은 불산에 노출됐지만 불소검출 함량, 혈액성분검사 등을 종합할 때 가축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혈액성분 검사에서도 불소는 정상범위로 검출됐다. 사건 초기 일부 가축이 호흡기 증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특이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가축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는 불산에 노출된 가축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식품의 건전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축산물위생법에 따라 폐기 조치키로 했다. 관련법에는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것’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처리·가공·포장·사용·수입·보관·운반 또는 진열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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