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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이 처녀성 검사?’…이슬람 국가에서도 분노의 페미니즘 운동 거세

입력 : 2012-01-12 16:57:47 수정 : 2012-01-12 16: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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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과 경찰이 여성들의 순결 검사를 하는 등 성적 학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노하는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입니다.”

세계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서도 페미니즘 운동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이집트, 예멘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의 현주소를 묻는 세미나 '광범위한 토론 : 이슬람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Broadly Speaking: A Conversation on Islamic Feminism)가 열렸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뉴아메리카재단(New America Foundation) 뉴욕지사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는 재단의 캐더린 조프의 사회로 이집트의 칼럼니스트 모나 엘타헤위, 시빌 소사이어티(Civil Society) 디렉터이자 중동의 여성 권위 신장에 대해 연구하는 이소벨 콜맨,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더 네이션'(The Nation)에서 일하는 에브티할 무바라크 기자 등이 참석해 회교국가에서 일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모나 엘타헤위는 양 손에 붕대를 감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최근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에 동참했다가 경찰들에게 구타당했다”며 “폭력이 난무하는 이집트에서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것이 시기상조같이 들리겠지만,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이집트 여성들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엘타헤위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도 젊은 세대일수록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벨 콜멘은 “독재정권은 남녀 누구에게나 막대한 피해를 주는 사실에 대해 더 이상 첨언할 필요는 없지만, 독재의 피해를 더 크게 입는 것은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제력 약세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가장 큰 저해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저서 '발 밑의 천국 : 여성들은 어떻게 중동을 변화시키는가'(Paradise Beneath Her Feet: How Women Are Transforming the Middle East)에서 극한 상황에서도 중동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찾는 힘을 묘사한 콜맨은 “지구상에 아직도 인간 취급을 못받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브티할 무바라크가 폭로한 사우디의 여성 인권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여성들이 아직도 베일을 쓰고 바깥 출입이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사우디에서는 “군, 경들이 성적인 학대의 대상으로 여성들의 순결검사를 하는 치욕적인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무바라크는 “처녀가 아니면 성적 희롱이나 노골적인 성행위도 자연스럽게 하는 굴욕적인 장면을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기막힌 풍토에서 벗어나고자 여성 교육을 받으면서 비로소 여성도 인간이라는 참 의미를 깨달아 그 누구보다 맹렬한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세미나는 인터넷, 매스 미디어의 보급이 급증하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으며, 황폐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참된 의지와 용기로 지속적인 페미니즘 운동과 계몽이 병행돼야 여성은 비로소 한 인간으로 탄생된다는 결론 속에 성료됐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다니엘라와 스테파니는 “종래의 토론자들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만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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