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유성호의 문화 FOCUS] 안철수와 박원순

관련이슈 유성호, 문화 FOCUS

입력 : 2011-09-02 22:32:39 수정 : 2011-09-02 22:32: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한민국 정치는 삼류다. 성희롱 발언으로 ‘사고의 바닥’을 드러낸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키는 것을 보면 삼류 중에서도 저질 삼류다. 제명안에 반대표를 던진 134명을 보고 있노라면 대의(代議)가 아닌 개인의 판단,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표를 던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 점에서 갑자기 우리 국회가 무서워진다. '내가 같은 죄를 지어도 오늘처럼 구제해 줘야 해'라는 야합이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곳이 오늘날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엊그제는 대의 민주주의가 또 한번 심하게 훼손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입법 정치와 행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감시와 견제의 차이를 가질 뿐 국민을 위한다는 점에서 같은 정치행위다. ‘무상급식 도박’으로 자리를 걸었다가 날려버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덕으로 10월 보궐선거가 일약 ‘통큰선거‘라는 이슈로 부각됐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정치판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수읽기에 들어갔다.

↑ 사진설명 = (左)안철수 원장 · (右)박원순 이사

자천·타천으로 수많은 기성 정치인이 차기 서울의 수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와중에 메가톤급 인사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 일류 지식인이다. 또 우리 사회의 공익적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벌여 온 존경받는 인물들이다. 박 상임이사의 경우 이제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니다. 변협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변(朴辯)’을 역사에 묻고 오롯이 희망제작소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야당 대통령 후보까지 거론되는 이 시대 지성이며 양심적 사상가이다.

안 교수는 또 어떤가. 기술을 통해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인술을 포기한 인물이다. 안철수연구소를 통한 그의 사회공익적 기여는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류 지식인이란 표현은 단순히 이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사회공익에 어떻게 녹여내는지 알고 실천했기 때문에 따라 붙는 수식어이다.

서울 행정 수장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다. 무소속이건 당적을 가지던 행정 자체가 정치행위이고, 주변이 모두 정치지형으로 둘러싸이는 곳이다. 그래서 일류가 자칫 삼류로 하향평준화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자리이다. 미남에 달변으로 강남 여성유권자의 표심을 잡았던 ‘오변(吳辯)’ 역시 처음엔 신선하게 출발했었다. 결과론적으로 그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저지레’만 해 놓고 나앉은 꼴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정치가 가진 마력(魔力)이다. 일류를 삼류로 만드는…

아직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본인의 강력한 의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정치 지형과 정치 공학이 어떤 함수로 전개될지도 불분명한 안개 속 정국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번 뛰어들면 손이 타는 곳이 정치판이다. 이들이 일류로 남아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 소망이다. 더 국가적 대소사를 위해.

유성호(문화평론가·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