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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병 “선임이 바지에 모기약 뿌린 뒤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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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8 20:21:18 수정 : 2011-07-08 2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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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사건…드러나는 충격의 가혹행위 해병대 강화도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해병대의 부조리한 근무행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번에는 집단따돌림인 ‘기수열외’ 외에 충격적인 가혹행위 사례들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해병2사단 총기사건 수사본부장 권영재 대령은 7일 브리핑에서 “사고자인 김모 상병과 정모 이병 진술에서 여러 가혹행위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현재 진술에 언급된 부대원들에 대해서는 오늘부터 조사에 들어간다”면서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가혹행위 가운데는 특히 종교와 성에 관련된 가혹행위까지 등장해 충격을 던졌다. 정 이병은 진술에서 “모 병장이 ‘병장은 하나님과 동급이다. 기독교를 왜 믿냐. 차라리 나를 믿어라’고 한 뒤 라이터로 성경책에 불을 붙여 내가 황급히 끈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이 병장은 정 이병의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모기약 ‘에프킬라’를 전투복 하의 지퍼 부위에 뿌린 뒤 불을 붙이는가 하면, 모 상병은 피부연고제 ‘안티프라민’을 정 이병의 목과 얼굴에 바르게 한 뒤 장시간 씻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이병은 또 “김 상병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대원 중 한 명이 ‘평소 제일 싫어하는 선임이 누구냐’고 묻기에 이름을 얘기했는데, 나중에 당사자가 다가와 수차례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수류탄 파편상을 입어 국군수도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김 상병도 선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상병은 정작 기수열외는 당하지는 않았으며, “내 차례가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말은 했다고 권 대령은 설명했다.

고개숙인 국방장관 김관진 국방장관이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회의에 출석해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 총기 사건 보고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수사팀은 정 이병과 김 상병의 진술에 따라 부대원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부대 간부들의 묵인 내지 방조 여부도 함께 파악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해자가 후임병 시절 유사한 구타·가혹행위를 당하고도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으며, 가혹행위를 발설하면 기수열외 등을 당한다”면서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이런 악습은 그대로 남아 참사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구타·가혹 행위에 관대한 해병대 병영문화와 지휘감독자들의 관리 부실이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긴급회의에 출석해 군에서 관리하는 관심사병 비율이 “(전체의) 5% 정도”라고 밝혔다. 육군은 40여만명 중 5% 미만, 공군은 3만여명 중 0.8%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육군 등의 규모를 감안하면 전군의 관심사병은 2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런 관심사병 가운데 현역병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조기 전역한 병사는 2006년 382명에서 2007년 453명, 2008년 472명으로 늘다가 2009년에는 894명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935명에 달했고 올들어 지난 5월까지 385명이 조기에 전역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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