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해외업체 간 경쟁이 과열로 치닫자 결국 신형 경어뢰를 국내에서 개발·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어뢰연구팀은 당시 거의 성공 단계에 진입한 중어뢰 ‘백상어’ 개발 경험을 등에 업고 1995년 신형 경어뢰 ‘청상어’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500억원을 투입, 10년간 공을 들인 결과 세계에서 7번째로 경어뢰 개발에 성공했다. 청상어는 부품 기준 91%, 가격 기준 85%의 높은 국산화율을 보인다.
함정과 항공기, 헬기에서 발사해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잠수함 킬러’ 청상어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해군의 요구 성능에 대한 분석부터 설계와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M&S(Modeling and Simulation)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청상어는 이 방식을 통해 수백 차례의 육상 모의발사 시험을 했으며, 실제 해상 발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를 최대한 줄여 예산을 절감했다. 아울러 실전과 흡사한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전술을 시현하고 설계 등을 수정함으로써 현장 운용성이 충분히 고려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 청상어가 ‘디지털 어뢰’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상어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빔 조향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Active Array Sonar·수중 음파탐지장비)를 꼽을 수 있다. 청상어에는 37개의 능동 어레이가 있어 수십개의 음향 빔을 동시에 쏠 수 있다. 넓은 범위로 음파를 발사해 광역 탐색이 가능하고 음향 빔을 여러 형태로 변조·집합시켜 탐지거리와 목표 식별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청상어의 탐지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펌프제트 추진기 채택으로 저소음 고속추진기술을 갖췄다.
◇국산 경어뢰인 청상어가 대잠 헬기와 해상초계기(P-3C), 함정에서 각각 발사되는 모습. ADD 제공 |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되는 청상어에 낙하산이 달린 점도 눈길을 끈다. 평범해 보이지만 수많은 첨단기술이 숨어 있다. 청상어는 공중에서 수중으로 입수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추진을 시작하는데, 이때 발사 순간부터 초기 기동까지 어뢰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낙하산이 장착되는 것이다.
박병진 기자·공동기획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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