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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뒷동 챙기기' 비리 복마전

입력 : 2010-08-24 10:21:48 수정 : 2010-08-24 1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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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장 월급 부풀리고…장기 수선충당금 과다 계상… 경찰이 아파트 관리업체 비리와 전면전을 선포한 뒤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이 아파트 위탁관리 시장의 메이저 A업체 수사 결과를 발표〈본지 8월6일자 9면 참조〉한 지 2주 만에 전국 300여개 아파트 단지에서 비리 의혹을 제기해 경찰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서울경찰청 형사과 한 관계자는 23일 “아파트 단지 관리 실태가 복마전이라고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며 “1차 수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후 곪을 대로 곪은 아파트 관리 비리 신고가 쇄도해 다른 사건은 손도 못 댈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접수한 비리 신고 중에 서울 44개와 경기 29개, 인천 8개 단지를 비롯해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범죄혐의가 짙은 100개 아파트 단지를 추려 수사에 나섰다.

◆“몇 달치 관리비 안 받겠다더니…”=경찰이 접수한 아파트 관리비 비리 행태를 들여다보면 ‘눈 뜨고 코 베 간다’는 말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관리업체가 아파트 주민을 ‘봉’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최초 몇 개월간 관리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제안에 귀가 솔깃해 메이저 위탁관리업체 중 하나인 B사에 아파트 관리를 맡겼다.

주민들은 관리소장 월급이 450만원에 이르는 등 관리비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그제야 감언이설에 속았음을 알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체로 관리소장 월급이 200만∼250만원인데 이 아파트는 450만원으로 책정해 상당액을 빼돌렸다”며 “B사는 ‘3∼6개월 관리 수수료 무료’를 조건으로 위탁관리 계약을 따낸 뒤 이런 방식으로 아파트 청소나 경비, 시설관리 용역 단가를 올려 수수료 무료 분을 충당했다”고 말했다.

◆곶감처럼 빼먹은 장기수선 충당금=아파트 단지 내 시설 유지나 하자보수를 위해 가구별로 미리 걷어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문제도 심각하다. 입주민 대표나 위탁관리업체들의 충당금 빼먹기는 노후 상·하수도관과 엘리베이터, 보일러 수리 교체, 주차장과 화단 정비, 외벽 단장 등 각종 명목의 사업비를 과다 계상한 뒤 돌려받는 방식이 주된 수법이다.

서울 강북의 한 대단지 아파트는 현관 출입문 개선과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자동화’ 공사를 하면서 충당금에서 16억원을 썼다고 했으나 실제 공사비용은 14억원만 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에선 “현관 유리를 ‘강화유리’로 교체한다”며 1억3000만원을 뺐으나 일반 유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충당금으로 옥상 방수 작업을 하면서 방수제와 직접 상관없는 제품 가격까지 부풀리는 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 한 아파트 주민은 “부녀회장이 민간업자와 결탁해 쓸모도 없는 억대의 폐열회수기를 설치하면서 관리비와 공사비를 과다 청구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배달사고’도 빈발=경찰은 지난 5일 아파트 관리 신규·연장계약을 위해 6개월간 입주민 대표 100여명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뿌린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A사 회장 김모(70)씨와 대표 박모(60)씨를 비롯한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민 대표 등 79명을 입건했다.

이 중 A사 직원 일부는 아파트 위탁관리 계약을 위한 입주민 대표 로비용으로 500만원을 썼다고 회사에 보고했지만 주민에게 식사와 술 접대 등에 100만원가량만 쓰고 나머지 대부분 금액을 자기들이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A사와 거래한 입주민 대표 30명을 불러 확인해 보니 절반만 받은 걸 인정하고 나머지는 ‘밥 한 끼 얻어먹은 정도’라고 주장했다”며 “이런 고질적인 아파트 관리비리로 결국 입주민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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