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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석학’ 아름다운 교육봉사

입력 : 2010-05-15 14:55:05 수정 : 2010-05-15 14: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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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교수, 지리산高서 무료 논술강의 “찬란한 5월에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볼까요?”

지난 12일 경남 산청 산골마을에 위치한 지리산고등학교에선 백발이 성성한 노(老)교수의 논술 강의가 한창이었다. 주인공은 서강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이자 민속학 분야 권위자로 손꼽히는 김열규(78) 교수. 딱딱한 주제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감성적인 질문이 나오자 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일사천리로 글을 써내려갔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가 지리산고 3학년 학생이 쓴 논술문을 읽은 뒤 조언해 주고 있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 김 교수는 자택이 있는 경남 고성에서 차로 왕복 3시간이나 떨어진 이곳을 4년째 매주 찾아 무료로 수업을 해주고 있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학원에서도 들을 수 없는 명강의를 공짜로 듣는 이 학교 학생들은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며 매우 고마워했다.

김 교수는 충남대와 서강대 교수, 미 하버드대 객원교수를 거쳤으며 ‘한국인의 신명’, ‘그대, 청춘’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는 그가 지리산 자락까지 와서 보수 한푼 받지 않고 봉사를 하는 것은 그동안 학자로서 받은 관심과 사랑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어서다.

지리산고 박해성 교장과의 친분으로 2007년 이 학교를 찾은 김 교수는 ‘무상교육 실현’이라는 학교의 취지와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반했다. 그는 “대도시에서 강제 보충수업, 사교육에 찌든 아이들과는 표정, 태도, 생각 등 모든 것이 달랐다”며 “이런 인재들이 꿈을 실현해 나가는 데 나의 지식과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그날부터 무료 강의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수업 내내 김 교수는 아이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이 표현 정말 좋다”, “주제 문장 뒤에 보충 문장을 덧붙이면 논리가 더 완벽해지겠다” 등 꼼꼼하게 개별지도를 해줬다. 김 교수는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신선하고 독창적인 글을 곧잘 쓴다”며 “매주 학생들의 순수함과 새로운 발상에 깜짝 놀란다”고 극찬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깍듯하게 인사하자 “교사생활을 했던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20대 중반에 서울 중앙고에서 3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오랜 교직생활의 마무리를 처음과 같이 고등학교에서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위해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청=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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