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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기 서울 소방재난본부 본부장 |
그리고 단순히 출동경계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달부터 수만개에 이르는 소화전 일제 점검, 다중이용업소나 쪽방과 같은 화재 취약 건물 점검과 불시출동훈련, 화재예방 교육과 홍보 활동 등을 확대하게 된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혹한도 밤샘도 아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가족과 재산을 잃은 이웃의 사연은 두고두고 가슴마저 시리게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6698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463명의 사상자가 났다. 화재 원인은 대부분 부주의로 인한 실화(47.5%)였으며 전기(25.1%), 방화(13.8%)가 뒤를 이었다. 화재는 주택,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서 34%가 발생했으며, 인명피해 또한 주거시설에서 가장 많았다. 이 통계에서 보여주듯 화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앙이다.
그렇지만 화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화재는 아주 작은 무관심이나 불씨에서 시작된다.
온풍기나 전기난로를 켜놓고 외출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사례, 책상 밑에 깔린 전기배선이 장기간 압착 손상돼 전선 피복에 불이 붙은 사례, 빨래를 삶다가 외출해 환기구에 불이 붙어 집 안 전체가 불탄 사례, 담배꽁초를 종이에 싸서 휴지통에 버렸는데 쓰레기에 불이 붙어 번진 사례 등과 같이 화재 원인을 살펴보면 한 번만 더 확인하고 점검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열기 사용이 늘고 있다. 지난해 보관해 놓았던 전기장판, 전열기구 등을 꺼내 사용하게 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오래된 전열기에 쌓인 먼지가 화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모르던 불안요인을 방치한 채로 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불이 났을 때 열이나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려주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집집이 하나씩 달고 시골에 계신 부모에게도 달아 줄 것도 권한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누구나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작은 기구이지만, 화재 발생 사실을 자동으로 감지해 대피할 수 있도록 경보를 울려준다.
가족과 이웃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려는 관심과 배려만큼 더 소중한 사랑도 드물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불조심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생명보험이다.
정정기 서울 소방재난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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