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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자세와 정장요법

심장과 폐는 정장(整臟)요법과 거리가 좀 있다. 제일 위 상초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눌리는 것이 아니라 누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장과 폐가 누르는 것은 그들의 뜻이 아니다.  우리 몸의 가장 상부에서 없어서는 잠시도 살 수 없는 혈과 기를 담당하는 곳이다.  심은 혈을, 폐는 기를 담당한다.

심폐능력이 좋다는 말은 혈기왕성하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이러한 왕성한 신진대사 활동을 하는 이 심·폐는 흉추가 굽으면 영 부자연스럽게 된다. 우리 몸의 간판이자 대표인 심장과 폐가 눌려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종속적이고 자주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엉덩이를 봉긋하게 배를 홀쪽 집어넣고 골반을 똑바로하고 시선을 멀리 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이 펴지고 호흡이 조용하고 깊게 이루어지고, 심장 박동 역시 아주 부드럽게 완만해질 것이다. 

폐를 출입하는 혈관들과 심장을 출입하는 혈관들이 눌려있다면 혈기왕성한 심폐 순환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심폐도 답답하니 피난처를 찾는다. 횡격막을 아래로 눌러서 심폐의 공간을 늘리려 한다. 이렇게 되면 횡격막 바로 아래에 있는 간이나 위장이 눌린다. 위장이 눌리면 식도와 위장이 연결되는 부분이 꺽여서 잘 내려가지 않으니 늘 답답하다. 위장은 운동량이 많은 장기이므로 눌려있을 때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는 장기이기도 하다.

간이 눌리면 간의 활동이 제한을 받고 제대로 활동하려니 힘을 많이 써야 하니 쉬 피로해지고 몸이 무겁다. 당연히 활동이 저조해지니 소통이 안되어 지방간도 된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팔 벗고 나서서 애를 쓰다가 염증이 생기기도하며, 염증이 오래되면 단단해 지기도 한다. 간이 단단해서 소통이 안되면 출입이 안되니 붓는 경우가 생긴다. 상당히 위험한 단계이다.    

하여간 횡격막위로 심장과 폐가 건강하고 횡격막 아래로 간과 위와 췌장 비장 등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견갑골 끝이 약간 걸리게 해서 견갑골 아래로 베개를 고이고 눕는 것을 자주하면 된다. 간이 안 좋은 사람도 이 흉추베개를 꼭 하는 것이 좋다. 횡격막을 중심으로 가슴이 펴지면 해당장기가 구석구석으로 제자리를 잡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고 넉넉해져서 자유로운 순환과 교류가 이루어진다.

우리 몸의 장기는 어딘가 눌리면 펴려고 저항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저항하는 곳에는 꼭 섬유질이 생긴다. 폐가 눌리면 섬유선종이 생기고 심이 압박을 받으면 심근이 비대하게 된다. 흉추에 베개를 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심, 폐, 간, 위, 췌장 ,비장 등이 활짝 펴져서 잘 소통하게 하자는 취지이다. 너무 당연하고 쉬운 내용이다.

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심장비대,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심장판막질환 등 심장질환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폐질환은 가볍게 감기부터 편도선, 폐렴, 기관지염, 천식, 해수, 폐결핵, 폐암 등도 이런 흉추베개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황영조, 이봉주, 칼루이스, 벤존슨 같은 마라톤, 육상 선수들이 달릴 때 몸이 뒤로 재껴질 정도로 가슴을 활짝 펴고 달리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자세가 가장 심폐능력이 최대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가슴을 펴는 것이다. 여기에서 역설하는 흉추 베개 도 그런 맥락이다. 그리고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잡아서 우리 몸이 원융무단하게 순환하게 하자는데 뜻이 있다. 

환자들 복부를 진단하다보면 손을 데기도 힘들게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간, 담, 비, 위장, 췌장, 소장, 대장 등이 제자리에서 벗어나니 해당 장기는 물론, 장간막과 장과 관련된 복부, 배부 근육 들이 제자리를 잡으려고 당기고 더 이탈하지 않게 긴장하여 손도 데기 힘들게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는 '단전쳐올리기'를 하면 장이 순식간에 자기자리를 잡아 원위치하므로 압통은 사라진다. 그러나 이것은 성공했을 때의 결과이고, 실패했을 때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이렇게 긴장돼있는 경우는 따뜻한 핫팩으로 복부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양손 4지를 이용해서 아래에서 위로 떠주면서 장기를 머리쪽으로 들어 주고, 아래에서 위로 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이완이 되었을 때 단전쳐올리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그냥 ‘모 아니면 도’식으로 ‘단전쳐올리기’부터 하면 환자가 겁을 먹고 공포를 느끼고 배에 힘을 주면 대책이 없다. 이렇게 놀란 환자는 두 번 다시 ‘단전쳐올리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를 달래고 사랑하며 존중해야 할 점이다.

필자는 이런 부분은 침구학에서 따뜻하고 부드럽게 달래주고 풀어주는 족태음비경 정격을 써서 복부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리고 소장과 대장의 화혈인 양계 양곡혈을 보하는 자침을 하면 복부의 긴장은 대부분 풀어진다. 환자가 복부 긴장이 심하면 먼저 침으로 풀어주고 단전 쳐올리기를 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고통을 가장 빨리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유능한 목수의 연장과 기술이 다양한 것은 그런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가지는 것과 같다.

/ 김규만 (한의사) transvil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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