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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폭력] "제가 이런 인터뷰 했다는 것 알려지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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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04 09:26:19 수정 : 2012-04-04 09: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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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왕따… 두려워요" 내부고발자들 왕따 고통 호소
배신자 낙인… 보복폭력 시달려
“제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전 또다시 손가락질을 받게 될 거예요. 너무 두려워요.”

A(여)씨는 인터뷰 내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사를 보고 저라는 걸 알면 어쩌죠.” 꼭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몇 년 전 대학 신입생이던 A씨는 학과 내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된 얼차려 등 폭력문화를 공론화시켰다가 일순간에 ‘배신자’로 전락했고 따돌림을 당해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수차례 설득에도 A씨는 구체적인 상황이 기사화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무도 제 과거를 몰라요.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싶어요”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조직 내 비리와 부조리를 공론화시킨 ‘내부고발자’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교묘한 보복폭력을 당해 도태되고, 외롭고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는 탓에 정상적인 사회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년이 흘렀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3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내부고발자 6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불의’를 참지 못해 나선 이들에게 돌아온 대가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낙오자로 낙인 찍히기 일쑤였다.

내부고발자 9명을 심층 인터뷰한 논문 ‘한국사회 공익제보의 건강 영향에 관한 연구’(신광식 박사)에 따르면 이들은 “중첩적인 보복폭력에 대응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절망했다. 결국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재단 비리를 제보한 전직 교사 B씨는 “교사들 앞에서 ‘너 때문에 학교가 망하게 됐다’, ‘생계를 책임지라’는 폭언을 들었다”며 “동료들이 인사도 안 하고 식사도 같이 안 하며 따돌려 자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군비리를 고발한 군무원 C씨는 “‘군 내부 기밀인데 잠자코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며 “가족 모두 공포로 심한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신 박사는 “합리적 견제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은 망한다”며 “내부고발자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는 사회 곳곳에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김유나·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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