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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신입생도 복학생도 ‘생존 동아리’

입력 : 2012-03-15 23:09:36 수정 : 2012-03-15 2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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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동아리 모집 현장 가보니…‘스펙 쌓기’ 전문 학회는 북적
서예·풍물놀이 등 고사 위기
“12학번이세요? 설명 좀 듣고 가세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잔디밭. 팬플룻 동아리 학생들이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한 번만 설명을 듣고 가라고 애원도 하고 과자,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건네며 다가가기도 했다. 4학년 강모(26·여)씨는 “자기 발로 찾아오는 신입생은 없고, 손을 끌고 반강제로 앉혀야 겨우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 동아리의 ‘양극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신입생, 복학생 등도 가세해 ‘스펙 쌓기’에 좋은 동아리(학회)에만 몰리는 현상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학기 초를 맞아 대학마다 동아리 회원모집 활동이 활발하다.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동아리는 존립마저 위태로운 형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경영 관련 동아리 부스에 신입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북적이고 있다.
김준범 기자
세계일보 취재팀이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학기 초 동아리 모집현장에 직접 가보니 서예나 풍물놀이, 전통무술 등 취미 중심의 동아리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해 존립이 어려운 곳도 한둘이 아니었다.

반면 공모전 준비나 ‘스펙 쌓기’ 전문 동아리에는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 대학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은 셈이다.

이 학교 서예 동아리에는 10학번은 5명, 11학번은 2명뿐이다. 4∼5년 전만 해도 한 학년에 10명 이상의 학생들이 활동했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황모(24·여)씨는 “이렇게 부스를 차려놔도 하루에 5명 정도 설명을 듣고 가는 것이 전부다. 갈수록 사람이 줄어 안타깝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서 만난 신입생 정모(19)양은 “향후 취업 등을 위해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가입할 생각이며, 회화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잔디밭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동아리 모집 부스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갔다.

악기 다루는 것이 취미인 신입생 최모(19)양도 “악기 관련 동아리에 들었으나 주변 친구들이 벌써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을 보니 덩달아 불안해진다”며 “악기 동아리를 하면서 스터디 동아리에도 들어갈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경영학 관련 학회 설명회는 신입생, 복학생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테이블마다 2, 3명씩 둘러앉아 진지하게 설명을 들었다. 학생은 대부분 홍보 포스터나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왔다. 마케팅학회 회원 박모(23·여)씨는 “어제 하루만 60명 정도가 설명을 듣고 갔다. 주로 2, 3학년만 모집하는데도 20명 이상의 신입생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자기계발 동아리’도 인기가 많았다. 장모(21)씨는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학생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라면서 “마케팅, 광고 공모전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동아리”라고 밝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는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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