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청소년에 ‘빵과 장미’ 주는 로스쿨 형들

입력 : 2011-05-25 00:03:23 수정 : 2011-05-25 00:03: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노동인권교육 전도사 충북대 로스쿨팀
알바생 권리보호위해 시작…고교 교실 찾아다니며 수업
‘산재 그림찾기’ 등 교재 독특…아이들 참여교육에 큰 호응
충북 청원군 미원공업고등학교 한 강의실. 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앉아 한 장의 그림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여느 수업과 달라 보였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이 생수통을 바꾸다 다쳤는데 산재일까.”

군데군데 묘사된 산업재해 현장을 찾아내는 ‘숨은 그림 찾기’ 시간이다. 로스쿨에서 나온 일일교사들이 풀이에 나선다. “야유회에서 공을 차다가 넘어져서 다쳤죠. 야유회라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간 것이라면 산업재해에 해당합니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빵과 장미’ 팀 학생들이 실시하는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한 장면이다. ‘빵과 장미’는 미국의 빌딩 미화원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자의 생존과 인권을 그린 영화(켄 로치 감독·2000년작)로, ‘빵’은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장미’는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뜻한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빵과 장미’ 팀 소속 신장식(40·맨 왼쪽)씨가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상식 OX 퀴즈’를 진행하고 있다. 벽면에 학생들이 소그룹별로 작성한 ‘최저임금 밥상’이 붙어 있다.
‘빵과 장미’ 팀 제공
“수많은 알바 청소년들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데 괜찮겠냐”는 고교 교사들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교육은 ‘최저임금 밥상 차리기’, 노동인권·노동법 상식 ‘OX 퀴즈’, 산업재해 숨은그림 찾기, 희망 근로계약서 작성하기 등으로 이어진다.

오진숙·이정윤·김태은·박주민·조훈희씨와 함께 팀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장식(40·충북대 로스쿨 2년)씨는 “주변의 많은 청소년들이 ‘몰라서’ 제 권리를 못 찾고 있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저임금제가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고 항의라도 했다가는 ‘싸가지 없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라고 교육을 구상한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752명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미만 수령 50%, 부모동의서 미제출 71.1%, 근로계약서 미작성 80.8% 등 대다수가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이들은 실업계고와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강의를 다니고 있다. 이들은 강원도교육청-강원대 로스쿨 팀 3자 협약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는 30학급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교사들에게 직무연수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 ‘동천’이 실시한 제1회 공익·인권 활동 프로그램 공모전에서는 제주대 로스쿨 팀과 함께 최우수상을 받았다. 동천의 양동수 변호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특히 로스쿨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 평가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노동인권교육이 학교 정규교과로 편성돼 모든 청소년이 자기 권리를 지킬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