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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인력 지원도 없이 "복지 강화"… 사회복지사들 허리 펼 날 없다

입력 : 2009-03-04 11:12:14 수정 : 2009-03-04 1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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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붕괴·저소득층 증가로 복지수요 증가
98%가 주 40시간 이상 근무… 업무 과다 시달려
후원금 의존하는 기초단체 서비스질 저하 우려

#1. 서울 양천구 한 복지관에서 재가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A씨는 최근 야근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구청 지원금 외에 복지관 운영비까지 사용할 만큼 지원이 필요한 이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 달 평균 3∼4가구가 추가로 늘어나고 있어 일주일에 3∼4번 야근을 한다. A씨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다행일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사회복지사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2. 장애인복지관에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B씨는 최근 몰려드는 활동보조인·요양보호사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 2명이 지원 사업은 물론 보조인·보호사 관리까지 담당하다 보니 이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B씨는 “자격 있는 바우처를 선별해 교육하고, 모니터하는 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당국에서는 담당 인력·예산 등 어떠한 지원도 없이 ‘모니터를 잘하라’는 식의 원칙론만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중산층 붕괴, 저소득층 증가로 이들을 파악하고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급증하는 복지수요에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최일선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복지를 강화하겠다고만 할 뿐 이를 뒷받침할 지원은 부족해 복지사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지난해 진행한 ‘사회복지 시설종사자 보수체계 개선 연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98.6%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8%는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다. 전체 응답자의 23%는 주6일 근무한다고 답했고, 1.2%는 ‘연중무휴’였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부담은 최근 더 늘어났다. 강북 지역의 한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에 20일 이상 야근, 3∼4번은 토·일요일에도 근무를 한다. 일상적인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복지관에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 상담시간이 늘어나면서 업무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힘들기는 구청 등도 마찬가지다. 중랑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기초생활 수급 신청자가 2배 정도 증가해 모자란 인력을 행정인턴으로 충원했다”며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정규 공무원이 아닌 행정인턴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민간 복지관 등에서는 열악한 재정 때문에 인력 충원 등을 생각할 수 없다. 사업비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20∼30%씩 줄어들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사회복지사는 “수요가 많아 대상자 발굴을 확대하려고 하는데도 어려운 분들은 많고, 자원은 정해져 있다”며 “후원금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올해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지원의 경우 복지예산이 지자체별로 집행되다 보니 사정에 따라 올해 사업비 지원이 갑자기 중단되기도 해 복지시설의 고민이 깊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정책교육부 김현진 팀장은 “사회복지 예산으로 쓰이던 분권교부세가 보통교부세로 흡수해 그나마 안정적이던 복지예산이 축소될 우려가 있는 등 당국은 늘어나는 복지수요와는 반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과중과 예산 부족은 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김효진 인턴기자(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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