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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만신창이… 싸늘한 국민시선에 ‘白旗’

입력 : 2013-01-30 09:40:43 수정 : 2013-01-30 09: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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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 퇴진하기까지…
땅 투기·두아들 병역의혹
더이상 버틸수 없는 한계
평생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 법조인으로 명망이 높았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5일 만에 스스로 후보직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명 당시 야당에서조차 ‘도덕성과 신망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던 그가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재산 형성 과정에서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명예’를 지키는 선에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깜깜이 인사’로 화를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책임론에 휩싸이며 향후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허정호 기자
박 당선인 측은 물론 인수위와 정치권, 관가 주변에서는 김 전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법조계 원로인 만큼 야당의 공세도 무딜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박 당선인이 김 전 후보자를 낙점한 이유로 ‘사회적 약자 배려와 법치주의 확립의 적임자’라고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후 언론 검증 과정에서 재산과 아들 병역 문제를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김 전 후보자의 장남(체중 미달)과 차남(통풍)에 대한 석연찮은 병역면제와 부동산 편법 증여 및 증여세 탈루 의혹이 집중 도마에 올랐다. 쏟아지는 의혹에도 김 전 후보자의 해명은 더뎠고, 그동안 두 아들의 고의 병역기피 증언과 김 전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랐다. 민주당도 “김 전 후보자가 입지전적인 인물인 데다 워낙 고령이어서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지만 개인적인 의혹은 다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쪽”(이춘석 의원)이라며 기류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책임자를 감형한 김 전 후보자의 과거 판결까지 거론하며 도덕성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답답한 목소리가 나왔다. 당과 인수위 연석회의가 열린 28일 일부 고위 당직자는 각종 의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김 전 후보자에게 ‘조속하고 적극적인 해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문제될 게 없으니 염려 마라”며 30일 구체적인 해명 자료를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김 전 후보자가 ‘아들 병역 의혹은 전혀 문제될 게 없는데 오래전 일인 데다 생각지도 않았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돼 당혹스럽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가 직접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기 의혹이 커졌지만 이에 반박할 만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그의 건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그의 청력을 문제 삼아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에서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인격을 최소한 존중하며 보도해달라”며 언론보도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김 전 후보자 사퇴로 박 당선인도 적잖은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전 후보자가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해 총리직 수행이 쉽지 않다는 점에도 ‘김용준 총리 카드’를 밀어붙인 책임론이다. 더욱이 ‘밀봉 인선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검증 부실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 전 후보자는 인품과 자질이 훌륭하지만 장애와 고령 탓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새 정부의 초대 총리감으로는 부적절했는데 검증도 부실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 신뢰 저하 등으로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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