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 회장 기내난동 전날도 같이 저녁식사
베트남 여행도 재부각… 檢 수사결과 도마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알게된 시점이 2007년이 아니라 2006년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커진 꼴이다.
박 전 회장과 관련한 여타 진술도 ‘거짓말’로 의심되는데다, 두 사람 인지 시작 시점이 1년 앞당겨진 만큼 유착 관계가 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 부인 비리 의혹 보도 언론의 신문 폐기 압력, 박 전 회장 지인과의 베트남 여행 등 각종 의혹이 재부각되면서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도 도마에 오르는 양상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이틀째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2006년 10월3일에 박연차 회장과 공창식 (당시) 행정부지사, 이창희 정무부지사와 골프를 쳤는데 맞는가, 아닌가”라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 질문에 “가을쯤 했다”고 답했다.
그는 “2007년 이전부터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왜 거짓말을 하나”는 박 의원 추궁에 “내가 정확히 기억을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박 전 회장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을 2007년 후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당시 골프칠때 박 전 회장이 초대했고 비용을 냈다는 점도 시인했다.
김 후보자가 박 전 회장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이 2006년 가을로 바뀌면서 김 후보자 부인이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인사청탁을 받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2006년 6월 무렵 기사화하려는 지역 언론사의 신문 6만부를 김 후보자가 폐기토록 하는데 박 전 회장이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전날 박 전 회장을 2007년 처음 알았다며 강력 부인했으나 ‘거짓말’로 드러나 그의 여타 관련 발언의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2006년 10월과 6월은 불과 몇달 차이가 나지 않아 박 전 회장의 ‘도움’ 제공 개연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가 2006년 8월말 베트남을 두번째 방문한 일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그해 8월초 민주당 의원이었던 이광재 강원지사가 베트남을 방문해 박 전 회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과 동향이고 호형호제하는 스님과 같이 간 걸 본 사람이 있다”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 주장에 “종교행사로 간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스님 부분과 관련해선 “개인 문제도 존중해달라”고 확인을 피했다.
말 바꾸기는 이것 뿐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이 술에 취해 항공기에서 난동을 벌인 사건 전날인 2007년 12월 2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사실도 실토했다.
그는 “당일 정산CC에서 나오다가 박 전 회장을 우연히 만났죠. 저녁식사를 같이 했느냐”는 박 의원 질문에 “목욕탕에서 (만났다). 저녁식사만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의 ‘기내 난동’ 전날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었다.
김 후보자가 2007년 4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투자유치단 일원과 함께 한인식당에 갔었다고 말했으나,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서 자신에게 수만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모 사장에 대해서는 “일면식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석연치 않다는게 야당 시각이다. 박영선 의원은 “뉴욕한인 식당 사장인 곽 사장을 김 후보자가 만찬에서 만났고, 두 사람이 ‘같은 경상도 사람이어서 반갑네예’ 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김 후보자가 뉴욕 출장을 가기전 곽 사장 전화번호를 물어봤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허범구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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