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본격 대권레이스때까지 생존 힘들 것” 정운찬 총리 내정자 발탁이 불러온 미묘한 파장은 4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정기국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의원연찬회에서도 정 내정자 발탁이 단연 화제였다. 그가 이끌 새 내각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궁합이 맞을지 등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나라당 내 최대 관심사는 그가 대선 경쟁구도에 미칠 영향이다. 정 내정자는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까.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이수성, 이홍구 전 총리, 2007년 대선 때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는 모두 총리를 거치며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회창 전 총리가 집권당 대선후보 자리에 올랐던 반면 이홍구, 이수성,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는 모두 맥없이 무너졌다.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 내정자를 이수성 전 총리와 정 내정자의 ‘멘토’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비교하는 인사도 많다. 이수성 전 총리와 조순 전 부총리는 대선후보 경쟁에서 밀려난 뒤 초라하게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학자 출신들의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친이(이명박) 진영은 그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친이 의원들은 “정운찬 총리는 최고의 선택”, “아주 잘 쓴 다목적카드”라고 반겼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카드로 더할나위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으로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권력의지, 정치력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친이 핵심인사는 “우리가 판을 깔아줬다”라며 “집권당 대선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박(박근혜) 진영에서는 그의 전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정 총리 발탁은) 우리를 밟아 주겠다는 의도”라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될 때까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내정자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대중지지도가 올라갔던 이회창 전 총리를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정 내정자는 일단 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세종시와 경제정책에 대한 정 내정자의 어제(3일) 발언을 보니 대통령과 확실히 공조하며 여유 있게 미래를 준비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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