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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정국 엿보기]‘균형감각’ 필요한 對北정책

관련이슈 조민호의 '정국 엿보기'

입력 : 2008-03-12 09:51:13 수정 : 2008-03-12 09: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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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나려 하는가.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명박 당선인 측, 지난 1월 북한의 비공식 접촉 제의에 대해)

“국내 정치를 위해 형식적인 정상회담을 갖지는 않을 것.”(이명박 당선인, 2월 언론인터뷰)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정부 대표단, 지난 3일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

“북한이 3∼4월 비료 지원의 진전이 없을 경우 5∼6월에 대남 도발이 있을 것.”(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6일 최고위원회의)

이명박 정부에서 튕겨 나오는 대북정책 관련 편린들이다. 지난 10년간 금과옥조로 여겼던 ‘햇볕(포용)정책’의 궤도 수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 기권·불참, 대북 퍼주기, 한미동맹보다 비교우위의 남북관계 등은 이젠 발붙이기 힘들 전망이다.

2개월 넘게 관망하던 북한도 감을 잡은 듯하다. 북한 조평통은 지난 6일 “보수집권세력의 극악한 망언이며 용납 못할 엄중한 도발”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예민한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한 이명박 정부를 직접 겨냥한 담화문이다. 식량 고갈, 체제 불안정, 북핵 교착 등과 겹친 상황에서 나온 남한의 가시 돋친 발언들이 따가웠을 법하다. 그 강도로 보아 예방적 경고쯤으로 이해되지만 좋은 징조는 아닌 듯하다. 북의 육·해상 도발 가능성에 대한 김장수 전 국방장관과 정형근 의원의 우려가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분단 60년의 오랜 숙제였다. 따끔한 회초리냐, 뜨거운 가슴이냐를 놓고 끊임없는 논란이 있어 왔다.

이명박 정부는 적어도 ‘물렁한’ 대북정책은 회피하는 기류다. 지난 10년간 8조원대의 무분별한 대북 지원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한반도 평화위협만은 막겠다는 의지다. 이 대통령은 11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는 “북한이 남의 나라에 손 벌리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자립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 같은 대북 태도는 정권교체와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상태다. 미국 쪽에서는 벌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행보는 어느덧 우회전 조짐이 엿보인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좌편향 대북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우편향 정책의 ‘기울기’가 같다면 어떻게 되는가. 실익이 적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위험지수가 높아질 개연성이 커진다. 전략적 모호성을 기초로, 남북한과 국제적인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대북 접근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남북관계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란 양날개 개념이 강하다. 인권·자유·자본주의 개념이 보편성이라면 통일의 파트너·동족 개념은 특수성에 속한다. 유엔 가입국이라는 보편적 국가로서의 북한을 다루는 외교통상부, 북한이란 특수집단을 다루는 통일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북한 핵 폐기, 인권 문제 등은 왕왕 거론됐다. 하지만 특수관계를 상징하는 대북 식량·비료 지원 얘기 등은 아직 없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통일해야 할 조국임에 틀림없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상태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춘궁기를 맞는 북의 대남 일꾼들이 실적 부진으로 초조해한다는 전언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대대적인 조사와 숙정까지 겹쳤다고 한다. 북한 내 지남파(知南派)들의 입지가 약화되면 남북관계도 굳어지기 십상이다. 40만∼50만t의 대북 식량·비료 제공이 과다하면 10만t 정도로 줄이면 된다. 조건없는 인도주의적 지원 보장은 전쟁 억지와 관계 개선의 효과적인 지렛대다. 북한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은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당장은 인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쌀 한 되가 실용주의에 가깝다.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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