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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디지털치매, 문명의 역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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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6 19:17:08 수정 : 2013-07-16 19: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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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키워
‘디지털 단식’ 해보는 것도 바람직
디지털기기에 무의식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디지털치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뇌손상에 의한 생리학적 원인이 아닌 문명기술인 스마트폰이 뇌의 특정부분의 발달과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요지이다.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성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된 꼴이다.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생긴 디지털치매는 인터넷 중독의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의 역습이다.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심각한 불안과 괴로움인 ‘노모포비아(nomophobia)’ 역시 디지털치매 못지않게 심각하다. 결국 스마트폰은 사용하든 안 하든 우리 일상적 삶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나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33.7%, 어제 먹은 식사메뉴가 바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30.9%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가운전자의 경우 운전 시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70% 넘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52%로 높게 나타났으며,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30% 이하의 경우는 21.9%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기억하고 찾으려는 습관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펼치면서 자리를 뜬다. 회식자리에서도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풍경은 새삼스럽지 않다. 3년반 전 도입된 스마트폰 인구가 초고속 성장해 3500만명 시대가 됐다. 기억나지 않으면 바로 스마트폰을 열고 인터넷을 뒤지는 의존도는 68.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을 논할 때만 해도 이처럼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던 것이 우리 손안의 모바일 형태로 인터넷이 차고 들어오면서 생각하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을 주변에서 키우고 있는 것이다.

기억력과 집중력 장애, 주의력 결핍, 그리고 감수성 약화는 바로 디지털기기가 던져주는 폐해이며, 디지털기기의 사용으로 목디스크 환자까지 늘고 있다는 웃지 못할 현상은 문명이기가 던져주는 또 다른 문제의 전조로 그 심각성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치매’를 앞서 예상한 독일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신경세포의 90%가 파괴되고 나서 어느 순간 멈춰야 추락을 실감한다고 했다. 디지털시대에 질주하는 문명의 편리함 속에서 단순히 호기심 어린 두려움으로 디지털치매를 본다면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문명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디지털이 던져주는 폐해는 속도경쟁에 앞선 나머지 장소나 공간에 대한 인지가 상대적으로 밀리면서 스스로의 정신활동을 멈추게 한 것이다. 문명이 던져주는 시간적 압축이 인체의 생리학적인 위해로 다가오리라고 예상치 못했다면 이제라도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그렇지만 그에 따르는 위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디지털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시간속도의 경쟁 속에서 장소와 공간을 다시 인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얼마나 빨리 했는가’보다는 ‘어디서 했는가’, ‘어떻게 했는가’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스크린을 찾는 순간 정신적 추락이 시작된다는 경계 속에서 디지털 스크린을 멀리하는 정책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당장에 여의치 않으면 디지털치매의 자가진단을 통해 정보습득의 시간적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 사용을 자제하는 ‘디지털 단식’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해지기 위해선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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