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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쁜 경제민주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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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8 22:08:46 수정 : 2013-04-18 22: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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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보호위한 대기업 역차별 우려
공정한 시장경제 룰·신뢰 확립 우선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주요 대선공약이고 현 정부의 3대 경제·사회 정책 중 하나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처음 사용될 때부터 그 정확한 의미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경제민주화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며, 보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보장하는 경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경제민주화는 점점 그 본연의 의미에서 벗어나 대기업 때리기 형태로 흘러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반재벌’의 공식이 성립되는 이유는 대기업이 무조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압박함으로써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대기업도 있겠지만 그것이 보편적 행태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대기업의 협력업체와 자산·매출·업종이 비슷한 일반업체를 비교했더니 협력업체의 순이익과 고용 여력이 오히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문제는 현재의 논의대로라면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가 정치공학적으로 흐를 경우, 공정한 룰이 지배하는 시장경제를 조성하기는커녕 목소리 큰 이익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구조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논의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가 불공정한 거래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법적으로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엄밀한 경제원칙에 의해서 공정하게 계열사로 일감을 분배했을 경우 그 결과만 놓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어떤 대기업 계열사가 유력한 후보임에도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다른 업체에 일감을 나눠 준다면 그만큼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은 다른 글로벌 경쟁기업보다 낮아지게 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율이 둔화되고,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바람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돼 수출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에 관한 정책공조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 시장에 혼란스런 시그널까지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우리 경제 구조상 대기업의 투자 비중이 높아 대기업의 투자 진작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기업 옥죄기 분위기에서는 기업은 ‘경제원리’가 아닌 ‘정치공학’상으로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에 효율적인 경제활동은 불가능해지며 현 정부의 중요한 기치인 창조경제 달성은 점점 요원해질 형국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성격이 짙으며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나쁜 경제민주화’로 일자리를 나눌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기업·중소기업 간 ‘갑과 을’의 횡포와 악습을 타파하되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과 신뢰를 확립해 투자를 진작하는 ‘착한 경제민주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첩경이다. 자본주의 4.0처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지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냉철한 두뇌로 국가경제가 운용돼야 함을 주지해야 할 시점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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