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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역 1조달러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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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11 21:16:39 수정 : 2012-12-11 2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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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8강 위업 이뤘지만 내우외환
수출품목·교역시장 다각화해야
세계 경제의 어려움에도 우리나라가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더욱 반가운 것은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 12위, 2009년 10위, 작년 9위에 이어 우리의 세계적 경제 위상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우리 국민에게 주는 감회는 참으로 남다르다.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고 주요 수출품목도 오징어, 철광석 같은 천연자원이 대부분이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라디오 수백대 정도를 수출했지만 주된 수출품목은 섬유, 가발 등의 노동집약적 제품이었다.

지금 한국의 무역 수준은 규모로나 질적으로나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1970년대에 이르러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과 중화학·중공업, 과학기술 분야에 제대로 투자되면서 수출의 90%가 제조업 분야일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에 힘입어 1974년 무역 1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전자 분야에서 여러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며 몸집을 키워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여러 기업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도 선박, 자동차,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여러 제조업 및 첨단 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위치에 우뚝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 1조달러 시대에도 여전히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현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세계경제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의 경제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재정절벽 대책을 아직도 제시하지 못했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남아 있으며, 유럽은 향후 수년간 재정위기로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수출시장이 어려우면 가격 경쟁력으로라도 극복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환율이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계속된 양적완화, 유럽의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 등으로 달러, 유로화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추세여서 내년 수출의 어려움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극심한 엔화강세 현상으로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려왔으나 하반기 초 77엔대의 엔·달러 환율이 아베의 ‘윤전기 발언’ 등으로 현재 82엔까지 오른 상태다. 일본의 총선 결과에 따라 일본중앙은행(BOJ)의 환율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경쟁국인 일본과의 경쟁에서 누려온 엔화강세의 반사이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유지하고 그것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질적·양적 측면의 개선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 IT, 제조업 등에 편중돼 있는 수출품목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요망된다. 수출시장의 다각화도 계속 강조돼야 할 것이다. 이미 성장동력이 소진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시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비롯한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정부가 보다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도 수출지역 다변화의 중요한 루트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 농촌 등 소외된 주체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마련해주고 수출 활로를 모색해주는 역할을 정부가 앞장서서 해나가야 ‘진정한 무역 1조달러 시대’가 비로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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