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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일본 노벨상 수상 삐딱하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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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4 20:56:27 수정 : 2012-10-14 2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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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사회의 틀 못 벗는 관료·정치인
이웃나라와 더불어 사는 법 배울 때
‘노벨상의 계절’에 일본이 개가를 올리고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일본에서 나왔다.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어 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주인공이다. 일본에 안겨준 19번째 노벨상이다. 일본 열도가 들썩거릴 만도 하다.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 축하할 일이다.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숨길 수 없다. 한때 줄기세포 연구라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믿던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동해, 독도 문제로 하도 속이 상해서인가 보다. 일본의 경사 속에서 그림자를 찾고 싶다. 야마나카 교수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적 있지만, 석·박사 과정을 일본에서 마친 국내파다. 다른 수상자 중에도 유학 경험이 없는 일본 토종 학자가 많다. 외국에 나가 본 적은 고사하고 여권조차 없는 수상자도 있었다. 일본의 높은 학문 수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삐딱선을 탄 필자에게는 일본이 ‘닫힌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워싱턴에 파견된 일본 관리 중에 ‘기러기 아빠’들이 많다. 아내와 자녀는 일본에 놔두고 혼자 나와 있는 이들이다. 주말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게 소일거리다. 이유는 미국에서 공부시키는 것보다 일본에 남기는 게 자녀 장래에 도움이 되어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많으니 굳이 미국에서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 40년간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자랑했으니 외국에 나가 살 이유도 없다.

한국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세계로 나가야만 했다. 지금도 외국으로 나가려고 줄을 서 있다. 이민자도 많고 유학생도 많다. 해외 어학연수는 대학생이 쌓아야 할 필수 스펙이다. 외화 유출 문제가 있으나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열린 사회’로서 역동성 있게 발전하는 힘이 되고 있다. 세계로 나아가 세계인과 호흡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 배출과 싸이 인기도 이런 힘이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젊은 세대에 퍼진 현실 안주 경향에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일본 내에는 물질적 풍요에 만족해 유학이나 해외근무를 꺼리는 ‘우치무키’(내향화) 현상이 팽배하다. 올해 초부터 일본 정부가 유학생 내보내기 운동에 나섰다. 젊은이들에게 도전 의식이 결여되면 국가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절박감이 반영돼 있다. 외국 유학을 독려하기 위해 5년간 400억 엔을 들여 40개 대학을 선정, 지원하기로 했다.

정작 폐쇄성은 일본 관료와 정치인이 더 심한 것 같다. 한국,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주변국과 영토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자기네 입장만 내세우다가 논리적 모순에 빠져 놓고서도 막무가내다. 장기 불황에 따른 상실감을 국수주의로 채우려 한다는 주변국가의 우려는 들은 체 만 체한다. 아예 주미 일본대사는 “일본에 우경화는 없다. 똑바로 나아갈 뿐이다”고 강변했다. “오른쪽으로만 가는 꽃게”라는 지적이 어울린다.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조치 종료는 일본의 소아병적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양국이 합의했다지만, 종종 연장조치 없이 종료된다지만 일본의 몽니 탓임이 자명하다. 2008년 스와프 논의 때 일본은 고압적 협상 태도로 찔끔 생색만 낼 요량이었다. 그러다 중국이 300억 달러로 높인다는 소식에 뒤늦게 증액하고 발표를 중국보다 일찍 하게 해 달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한국 국채 매입방안 유보조치 소식에 쓴웃음만 나온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일본 미래의 불안 요소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몇 달 만에 수시로 바뀌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다. 인기영합적인 정책만 남발하고 책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이다. ‘동종교배’ 문화 속에서 국수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다.

주미 일본대사의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의 일부를 그대로 읽어주고 싶다. “이웃을 바꿀 수 없는 건 자명한 이치다. 우리는 좋은 친구이고 그래야만 하고, 그럴 것이다.” 일본이 소아병적인 태도를 벗어나 주변국가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19번째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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