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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등 기술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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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30 20:21:10 수정 : 2012-08-30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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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없인 카피 캣 신세 못벗어
남이 따라오지 못할 창의력이 국력
특허권 보호에는 미래지향적인 면이 있다. 그런 보호가 없으면 아무도 장구한 세월 동안 창조적 혁신에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보호는 금전적·법적·정치적 권력에 맞서는 창업자의 마지막 피난처이기도 하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경영학
미국은 창업자 개인의 혁신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다. 카네기, 에디슨, 잡스 등 많은 사람이 개인적 창업에서 꽃을 피웠다. 이번 삼성의 패소도 그런 미국인의 가치가 소리 없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그 어떤 것이든 특허권은 원칙적으로 원천적이고 고유한 것에만 부여되는 것이다. 우리가 원천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우리의 눈에는 별것도 아닌 디자인이 그들의 눈에는 소중한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소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개발(R&D)과 시장활동을 질적으로 전환해 1등을 따라가기보다 1등에 올라 경쟁자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늘 ‘카피캣(copycat·모방꾼)’으로 전락해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 특히 정보기술(IT)산업에서는 갈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R&D와 시장활동에서 1등을 하는 것은 왕으로 사는 것이 노예로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과 같다. 장구한 세월 동안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잡스의 성과에는 30여년의 고통과 헌신적 투자가 있었다. 그의 역사는 아이팟, 폰, 패드로 방점을 찍은 듯하지만, 만약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소니가 휘청거린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더 이상의 원천기술을 준비하지 못한 데도 그 원인이 있다. 도요타가 전기자동차로 성공한 것도 최소한 몇십 년 앞선 R&D 투자 덕택이다. 처음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될까’ 하는 의문을 던졌다. 크게 성공했지만 물론 우리가 모르는 다른 투자에서는 큰 희생을 감수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원천기술과 고유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찾는 기나긴 항해를 떠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산업구조와 기업경영을 혁신하고 투자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제언을 해 보고자 한다.

먼저, 창의적 개발 노력을 구체적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령 약자가 힘들여 개발한 것을 강자가 함부로 모방하는 것에 대해 더 엄격해야 한다. 개발에 실패한 것도 사회적으로 나누거나 상품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자의 노력을 지속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독과점구조에 안주하며 R&D나 마케팅에 장기적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도록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외주나 내부거래 등으로 사실상 브로커로 살아가는 기업을 정리해야 한다. 대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게 해 원천기술과 고유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주체에게 인센티브가 많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평결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논란이 있지만 의외로 담담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우리의 모자람에 대해 느끼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는 소송 결과의 법적·정치적 측면에 매달리기보다 미래를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단시간에 이룬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거기에 놓여 있는 문제점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돌아보면 90점을 받는 2등이 아니라 95점 이상을 받는 성숙된 1등으로 가기 위한 관문에 도달한 것 같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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