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뇌물 환경’ 조성 위해 환경공단 만들었나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각종 환경사업 입찰이 뇌물비리로 뒤범벅됐다. 검찰은 어제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심의위원 23명을 입건해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 환경공단의 설계분과 심의위원 5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 오명을 쓴 것이다. 뇌물이 오갈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환경공단을 만든 게 아니냐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초부터 2011년 말까지 심의위원 23명은 1000만원에서 7000만원의 뇌물을 챙기고 돈을 건넨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설계 수준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1등 점수를 준 사례도 있다. 업체들은 환경공단 임직원에겐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건넸다고 한다. 입찰비리의 뿌리가 여간 깊지 않은 것이다.

관급공사의 입찰비리는 혈세낭비와 부실공사를 초래한다. 뇌물을 준 업체는 사업비에서 돈을 벌충하게 마련이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도 공사비를 부풀려 빼돌린 돈을 로비자금으로 썼다. 혈세가 뇌물로 오간 셈이다.

입찰비리가 구조화된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경제적 이익에 비해 처벌의 강도가 보잘 것 없으니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관급공사 입찰참여 제한 등 처벌을 강화해 비리행위를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