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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카드대출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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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26 22:28:45 수정 : 2012-01-26 22: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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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카드대란 터질 소지
금리 낮추고 점진적 대출회수를
신용카드와 할부금융 같은 여신전문회사의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0∼14%로 크게 높아지고, 작년 대출잔액도 38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6%와 비교하면 2배 가까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원인은 먼저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서자, 금융당국은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의 만기연장을 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거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늘어나 금융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은행의 가계대출 부실은 줄일 수 있으나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늘어나게 할 수 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원인은 그대로 두고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규제하니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이 신용카드·할부금융사로 옮겨가면서 여신전문회사의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신용카드사의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은 카드대출 금리가 과도하게 높아 카드사들이 대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고 대출경쟁을 통해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20%에 달해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3배까지 높다. 이는 최근 카드사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카드사의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선거와도 연관이 있다. 선거가 있는 해 금융당국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카드대출을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을 수 있다.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2년도 선거가 있는 해였으며, 선거가 끝난 2003년 우리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카드사에 투입한 경험이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카드대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시기이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 원유 사태로 경기침체가 심해질 것이 전망된다.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가 늘어날 수 있으며 연체율도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이미 여신전문회사의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비록 2002년보다는 낮으나 앞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카드대출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사의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 먼저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대출경쟁을 자제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과 규제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높은 금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을 카드사들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높은 금리를 낮추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낮아져 과도한 이윤이 남지 않아야 카드사들은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중지하고 과당경쟁으로 대출을 늘리는 것을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금리가 낮아질 경우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은행권도 마찬가지지만 여신전문회사의 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일자리는 없고 경기가 침체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대출의 절반이 생계형 가계대출이라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가계대출을 회수할 경우 부실대출이 늘어나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올해와 같이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 사태로 외부의 충격이 예상되는 경우 가계대출의 급격한 회수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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