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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월가 시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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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13 22:33:30 수정 : 2011-10-13 2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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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심장부 뒤흔든 박탈감
금융개혁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세계 금융의 중심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시위가 5주째를 맞고 있다. 시위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대도시와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돼 정치·경제를 포함해 환경 문제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기로 심화된 미국의 실업 문제, 물가 상승, 부의 쏠림 현상 등 그동안의 경제적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자 이에 대한 피로감과 박탈감, 경제적 불평등에 불만을 느낀 대중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街)로 모여들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세계 여론은 시위 초기에만 해도 거리로 내몰린 실업자들의 단순 소요사태로 간주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가 시위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표현”이라며 간접적으로 지지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기저에는 금융권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보너스를 받으며 책임은 지지 않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행태가 부각되면서 박탈감을 느낀 대중들이 ‘땀흘려 일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노를 월스트리트로 표출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 인사들도 이번 시위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도 금융위기로 영세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금융권은 보너스 파티를 벌인다고 비난했으며, 워런 버핏은 자신과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빈부격차 해소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제 월가의 언론들은 금융권이 탐욕의 이미지를 벗고 존중받기 위해서 대중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젊은 실업자들은 금융권은 실패해도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데 왜 자기들은 대책 없이 쫓겨나야 하는지 시위를 통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 외에도 소득불평등 등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시위대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뉴욕을 넘어 미국 곳곳, 나아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의 반(反)긴축 시위, 영국의 이민자 폭동, 모로코의 민주화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극심한 부의 집중에 대한 분노가 언제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의 탐욕을 성토하는 시위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실 우리나라야말로 부실은행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에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국내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으면서 국민에게 월가 못지않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가 선진 금융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거듭나겠다고 광고 등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수익과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은행 수익중에 약 8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은행은 예금금리는 거의 제자리로 두고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이자따먹기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주식시장의 폭락사태에도 증권사들은 오히려 거래량 폭증으로 인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모험을 선택하기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단순한 ‘돈놀이’에 주력하고 있으니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다. 금융기관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여의도 한복판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피켓을 든 시위대를 볼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금융권 제도 개선부터 시작해 빈부격차 등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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