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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심회’ 간첩단 잡을까봐 국정원장 옷 벗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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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9-07 00:29:09 수정 : 2011-09-07 00: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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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일심회’ 386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던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사퇴 요구로 그만뒀다고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26일 안보관계장관회의 직후 김 전 원장을 따로 불러 “이제 그만하시라고요”라고 했다고 한다. 일심회 수사 개시 사흘 만의 변고였다. 김 전 원장은 그제 “수사 직후 바로 사퇴했으니 자의는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추인한 셈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런 대통령이 간첩 수사를 이유로 국정원장을 내친 것은 충격이다. 그런 국가에서 어느 누가 적과 맞서 싸우며 안보를 지키려 들겠는가. 김 전 원장은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간첩 수사를 하면 북한을 자극해 화해무드를 깰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끊임없이 간첩을 보내 남한을 교란시켰다. 1983년 아웅산테러, 87년 KAL기 폭파, 96년 강릉무장간첩 침투 등 테러의 악몽도 끊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사람들은 북의 대남혁명전략과 군사모험주의를 그냥 덮어주면 새 세상이 열릴 것으로 봤던 모양이다. 북의 핵 실험을 놓고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헛소리를 한 정권답다. 북은 지난해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자행했다. 남쪽 도처에 둥지를 튼 ‘우리민족끼리’주의자들이 북의 버릇을 잘못 길들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 전 국정원장의 사례는 비록 과거지사이지만 입맛이 쓰다. 종북주의자들이 이 땅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니 더욱 그렇다. 그제는 수원지법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종북카페 운영자 황모씨가 6월에 이어 또 사고를 친 것이다. 판사가 “한 번만 더하면 감치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황씨는 “(28일 선고 때) 꼭 다시 하고 싶다”고 조롱했다.

김 전 국정원장의 사례를 먼 옛일로만 여길 계제가 아니다. 정신을 똑똑히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굴러가고 있는지 알 길 없는 기막힌 현실이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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