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런 대통령이 간첩 수사를 이유로 국정원장을 내친 것은 충격이다. 그런 국가에서 어느 누가 적과 맞서 싸우며 안보를 지키려 들겠는가. 김 전 원장은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간첩 수사를 하면 북한을 자극해 화해무드를 깰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끊임없이 간첩을 보내 남한을 교란시켰다. 1983년 아웅산테러, 87년 KAL기 폭파, 96년 강릉무장간첩 침투 등 테러의 악몽도 끊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 사람들은 북의 대남혁명전략과 군사모험주의를 그냥 덮어주면 새 세상이 열릴 것으로 봤던 모양이다. 북의 핵 실험을 놓고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헛소리를 한 정권답다. 북은 지난해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자행했다. 남쪽 도처에 둥지를 튼 ‘우리민족끼리’주의자들이 북의 버릇을 잘못 길들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 전 국정원장의 사례는 비록 과거지사이지만 입맛이 쓰다. 종북주의자들이 이 땅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니 더욱 그렇다. 그제는 수원지법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종북카페 운영자 황모씨가 6월에 이어 또 사고를 친 것이다. 판사가 “한 번만 더하면 감치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황씨는 “(28일 선고 때) 꼭 다시 하고 싶다”고 조롱했다.
김 전 국정원장의 사례를 먼 옛일로만 여길 계제가 아니다. 정신을 똑똑히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굴러가고 있는지 알 길 없는 기막힌 현실이 널려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