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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맞춤형 IT기술과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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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26 19:29:47 수정 : 2011-01-26 19: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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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에 돈만 아닌 IT기술 지원을
생계수준등에 맞춰 기술보급해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TV뉴스에서는 실제 영상과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작전이 실행됐는지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 실제로 재연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포한 해적의 처리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해적을 소탕한 주인공이 납치됐던 인질을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문제의 절반만이 해결됐을 뿐 나머지 절반이 남아 있는 것이다. 즉 생포한 해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해적들의 복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영화 같았으면 더 많은 액션을 넣어 속편을 만들면 되지만 현실세계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소말리아의 불안한 내정과 극도의 빈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해적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제 원조국으로 변모했다. 원조는 국제사회에 돈을 내놓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민간 차원의 봉사활동, 교육 지원, 의료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보유한 기술, 특히 IT로 저개발국을 지원할 방법은 없겠는가.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200달러 컴퓨터를 개발해 오고 있다. 이것으로 저개발국의 아동들에게 IT를 통한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어린이놀이터에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이 이것을 타고 놀 때 저절로 펌프질을 해서 지하 깊숙한 곳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물을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도 있다. 세계 빈곤층의 절반이 수인성 질병을 앓고 있으며, 매일 6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는 데 착안한 이 프로젝트는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나서서 지원을 했고 연예인도 동참해서 적지 않은 펀드를 조성했다. 현재까지 수백 기의 놀이기구 펌프를 아프리카에 설치했다. 이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진국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개발도상국의 상황과 문화를 심도 있게 고려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론 그럴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초 매스컴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놀이기구 펌프도 현재는 적지 않은 숫자가 방치돼 있듯 말이다.

지난 주말에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몇몇 잘사는 나라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모였다. 이들은 전산학, 디자인, 전자공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 관심사로 이곳에 모였다. 적정기술, 그러니까 특정 지역, 특히 저개발국에 적절한 기술을 사용해 서비스나 제품을 디자인해 보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주목한 한 가지는 선진국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데 반해 후진국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즉,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첨단기술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첨단기술은 초기에는 극소수의 계층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시간이 가면서 일반대중에게 확산되긴 하지만 말이다.

굳이 저개발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서민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를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무료로 혹은 저가에 공급하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한다. 적정기술의 원칙에 따르자면 그들의 생계와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스마트기술이나 소셜네트워크 기술을 그들의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첨단기술 개발을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감상, 영화보기, 게임과 같은 첨단문화 즐기기로부터 기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로 관심을 돌리면 더욱 창의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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