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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기록물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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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27 21:27:27 수정 : 2010-10-27 21: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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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따라 반드시 보존해야 할 국가기록물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구 폐기되고 있다. 심지어 강원 인제군은 기록물을 마대에 넣어 버리려다가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국회의원이 요구한 회의록이 폐기됐다고 밝혀 고발당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기록물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국가기록원이 출범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것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법에 따라 그해 8월까지 전년도 기록물 현황을 국가기록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산하 9개 공공기관과 한국철도대 등 9개 국·공립대 등 모두 110여곳이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3년 연속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국 246개 자치단체 중 법에 정해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배치된 곳도 지난달 말 현재 169곳으로 69%에 불과하다. 국가기관이 무더기로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미흡해 이런 결과를 부채질하고 있다.

처벌 조항을 추가하고 무엇보다 관련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기록물을 무단 파기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폐기와 관련해 해당 기관을 고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정부부처와 시·군 등 자치단체는 대부분 1명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맡는 업무가 과중한 현실 또한 개선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국가기록물 관리 의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기록원이 국가기록물을 지금보다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그런 지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기록물을 소홀히 다뤄서는 국가가 바로 설 수 없고 선진국이 될 수도 없다. 국가기록물에는 국가 차원의 역사와 진실이 담겨 있다. 정부 차원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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