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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기술과 문화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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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25 20:45:04 수정 : 2010-08-25 2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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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감성이 상품 가치 정해
기술기업도 문화기업화 추세
몇 년 전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인텔사의 초청을 받아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10명 남짓한 참가자 가운데 나는 유일한 IT(정보·기술) 분야 전문가였다. 디자이너, 건축가, 소설가, 사회학자 등 반도체와는 거리가 먼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하나. 반도체 칩도 이제는 인간의 삶의 행태를 고려해 제작돼야 하고 미래에는 더 나아가 문화 맞춤형 형태로 진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긴 오늘날 우리 가정과 가족 구성원들 간에 침투해 있는 반도체 칩은 손목시계, 휴대폰부터 TV,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예전에는 산업을 1차, 2차, 3차로 구분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IT산업은 2차산업에, 문화산업은 3차산업에 속한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구분이 의미를 잃었다. 

IT산업은 정보를 캐거나 경작하는 1차 산업적인 면도 있고, 정보를 제조하는 2차 산업적인 면도 있고, 정보를 서비스하는 3차산업적인 면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농업산업, 교육산업, 자동차산업, 중화학산업, 의류산업 등과 함께 IT산업이나 문화산업이 동일한 레벨에 위치한다. 그러니까 산업 분야 간의 계층적 구조는 무너진 지 오래다. 미래에는 어떨까. 

상품의 가치는 물질적인 가치나 기능적 가치보다 문화적·감성적 가치에 의해 정해지는 추세이다. 이제 더 이상 선명한 화면을 가진 TV가, 우리나라 지형에 강한 휴대폰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상품의 가치는 감성코드와 문화코드에 의해 정해지는 시대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듯 재화의 교환가치가 줄어들면서 문화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해진다면 문화산업이 타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문화산업 그 자체의 중요성도 크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시대의 문화산업은 예전의 문화산업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기술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기술적 요소가 물씬 풍기는 게임 분야는 말할 것 없고 영화산업도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멜로 드라마에서조차 사용될 만큼 보편화되었고 최근 붐이 불고 있는 3D 입체영화는 그야말로 기술의 결정체이다. 

이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걸로 예상된다. IPTV(인터넷 TV)는 방송산업과 통신산업 간에 융복합을 더욱 촉진하고, e-Book은 출판산업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초고속인터넷과 가상현실 기술이 문화산업은 물론 예술 분야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화기업들은 기술기업화하고 기술기업들은 문화기업화되고 있다. 애플, 소니, 구글 등은 말할 것 없고 인텔과 같은 전형적인 기술회사조차도 문화를 접목시키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우리가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CT(Culture Technology·문화기술)라는 용어로 제시한 바 있다.

CT에 대한 반대 의견 중 가장 큰 목소리는 ‘꼭 CT일 필요가 있는가, 기존의 IT를 필요할 때마다 서비스 산업에 가져다 활용하면 되지 않는가’이다. 필자는 지난 20년간 많은 경험을 통해 이것이 매우 비효율적이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랬기에 CT라는 용어를 만들고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IT기술이 바로 문화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예전 아날로그 시대에는 기술과 문화를 분리해 다루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 기술과 문화가 융합되고 미디어와 콘텐츠가 융합되는 시대에는 기술개발-콘텐츠기획-제작-유통-소비-소비자참여-재투자의 사이클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고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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