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론] 이란 제재 묘수 찾기

관련이슈 시론

입력 : 2010-08-23 20:21:00 수정 : 2010-08-23 20:21: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쪽만 택하는 극단적 선택은 금물
양국 모두 수용할만한 대안 찾아야
이란 제재 문제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요구대로 제재하자니 이란의 보복이 두렵고, 이란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제재를 안 하자니 미국의 압력이 두렵다.

우리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이란 제재에 동참했을 때 이란이 우리를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첫째, 우리 수출품에 대해 징벌적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 건설사들의 이란 내 공사 참여를 막는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이란에 40억달러에 가까운 직접수출을 했고, 두바이 등을 통해 이에 버금가는 규모의 우회수출을 했다. 우리 건설사들이 2009년에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는 25억달러에 달했다. 상당한 경제적 손실의 위험이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둘째,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원유의 10% 정도가 이란으로부터 온다. 따라서 이란 원유를 도입할 수 없다면 원유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란으로서는 원유의 한국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이란에 지불한 원유대금은 47억달러였다. 그러나 이란의 원유수출 중단 위협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란 제재와 관련하여 미국이 한국을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역시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이란의 기업 및 기관과 거래하는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미국 금융기관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가공할 수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과 거래할 수 없다면 국제금융업무를 실질적으로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핵 문제 해결 등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안보 현안에 대한 한미 공조체제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이나 대북 군사적 억지력 유지에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의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 여부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미국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란 제재는 한국 외교의 원칙과 명분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과 이란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어느 한쪽을 택하고 다른 쪽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국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을 모두 만족시키거나 최소한 어느 쪽으로 부터도 강력한 보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 방법을 선택하기에 앞서 미국, 이란과 협의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묘수 찾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묘수의 윤곽은 이미 대략 잡혀 있다. 한국 내 주요 제재 대상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폐쇄함과 동시에 한국과 이란 사이의 합법적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면서도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결제 방법을 찾는 일이다. 지금껏 거론되고 있는 양국의 중앙은행을 통한 청산거래나 제3국의 은행을 통한 결제 방식 모두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과 이란으로 하여금 이러한 대안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우리의 외교력과 협상력이다. 이란으로 하여금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이란과의 대안적 금융거래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도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중요한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일방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우리 협상팀은 우리가 궁지에 몰려 있다는 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안을 만들어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 때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