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과속·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1년에 2회 이상 위반하면 무조건 자동차보험료를 5~10% 더 내게 될 전망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를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찬성론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늘림으로써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처벌 강화 쪽으로 제도가 개편되면 일반운전자만 손해 볼 가능성이 크고 이중처벌이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양쪽 의견을 들어본다.
찬-경제적 부담 늘림으로써 안전운전 유도
장일준 경원대 도시계획과 교수 |
신호위반 운전자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은 단속될 경우에 한해 부과되는 과태료 또는 범칙금이 있다. 우리나라의 범칙금 또는 과태료 수준이 교통안전 선진국에 비해 최고 15배 정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교통사고 발생 확률을 감소시키는 정책으로는 신호위반을 포함한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범칙금 및 과태료 수준 상향과 이번에 제안된 보험료 할증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정책이 함께 시행된다면 신호위반 운전자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은 더욱 증가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보험료 할증 정책은 법규 위반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법규 준수자에 대한 할인 혜택도 포함돼 법규 위반자와 준수자의 사회적 형평성을 이루는 데 보다 큰 효과가 있게 된다.
찬-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져 보험료 많이 부과 당연
허 억 안전생활실천 시민연합사무처장 |
이 수치는 지난해 보험업계 통계에 따른 교통사고 사상자 130만명을 전체 인구로 나누어보면 금방 나온다.
실제로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통사고 통계 지표에 따르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가 OECD 평균이 1.54명. 이웃 일본은 0.88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3.17명으로 일본보다 3배 이상 월등히 높다.
이런 심각한 교통사고의 근본원인은 운전자의 법규위반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가 교통법규만 잘 지켜준다면 교통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든 운전자에게 법규 위반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위반시 보혐료를 할증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강력한 법적 제재가 뒷받침돼 스스로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위반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지므로 당연히 보험료를 많이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다고 본다. 또한 이런 부담이 교통법규를 준수토록 유도해 자신의 교통사고 위험을 대폭 줄일 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의 역할도 한다. ‘교통법규 위반은 교통사고로 가는 지름길’임을 모든 운전자들이 인식해야 한다.
반-처벌 과중땐 단속 모면하려다 더 큰 사고 야기
류근옥 서울산업대 경영학과 교수 |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많아 단속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낯선 길을 찾다 무심코 신호위반이 찍힌 것이나 시간대별로 좌회전이 금지된 것을 모르고 단속된 것 등 실수성 신호위반을 다 보험료 인상에 반영한다면, 특히 노인이나 여성 운전자들이 너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게다가 처벌이 과중하면 경찰의 단속을 모면하려고 도주하다가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제도 시행에 앞서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며, 프랑스처럼 신호위반 누적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에 한해 차등적으로 보험료 인상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반-이중처벌 논란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실장 |
문제의 출발은 보험료 인상이 사고율 감축에 효과가 있는가이다. 시행 10년을 맞은 법규위반 운전자 보험료할증제로 사고율이 감소했다는 상관관계가 입증된 바 없다. 오히려 사고율이 증가한 통계도 있다.
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에 비해 준수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액은 매우 미미하다. 준수자 할인 주장은 공허한 미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 개연성만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에 법적 정당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사고에 따른 할증을 감안하면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이중처벌 논란도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적용돼야 한다.
범칙금을 납부는 당사자가 확인되는 경우이므로 그나마 할증 논란이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차주가 과태료를 납부하는 경우까지 보험료를 할증하게 되면 법규위반 당사자가 아닌데도 부당한 할증을 당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차주가 자기 차를 몰지 않은 경우 등 억울한 부분은 이의를 제기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한다. 차주가 운전하지 않은 경우, ‘내가 차를 몬 운전자가 아니다’라고 법규위반 운전자에 대한 입증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하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
정리=황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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