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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北 주장 평화협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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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1 19:56:25 수정 : 2009-12-21 19: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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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 결과를 보면 북은 끈질기게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한 것 같다. 이에 대해 보즈워스는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임을 얘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수련 북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북한이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조약) 체결을 처음으로 제의한 것은 남한 당국을 상대로 1973년 3월 개최된 남북조절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였다. 그러던 북한이 협정 당사자를 미국으로 바꾼 것은 1974년 3월부터이다. 그렇다면 왜 그 대상을 미국으로 바꿨느냐는 점이다. 그 속내는 매우 간단하다.

평화협정이란 국제법상으로 그 본질이 ‘전후처리 문제’를 다루게 돼 있다. 전후처리 문제란 침략 발발 당사자 규명, 배상금, 군축, 국경 문제 등을 다루는 것이다.

이렇게 두고 볼 때 북한이 남한을 협정 당사자로 할 때엔 혹 떼려다 혹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그 대상을 다급하게 미국으로 바꾼 것이다. 만에 하나 미국이 이에 응하게 되면 영락없이 내정에 개입한 전범자가 될 것이며, 엄청난 배상금도 물어야 된다.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잔꾀를 모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즈워스 특사도 북한의 끈질긴 평화협정 요구에 평화체제란 말로 얼버무린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의 함정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더불어 평화통일 과정을 한 발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한반도판 ‘로카르노 방식’의 적용이다. 로카르노 방식이란 통일 주체인 남북의 당사자가 불가침협정을 체결하고, 이 협정을 주변 4강 즉 미·중·러·일이 보장하는 것이다.

1925년의 로카르노조약은 독일·프랑스, 독일·벨기에 간에 각기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영국과 이탈리아가 보장하는 식의 일종의 유럽안전보장조약이었다.

그러나 불가침조약 체결 당사국인 독일보다 이를 보장하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힘이 약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는 다르다. 

불가침협정 체결 당사자인 남북한보다 이를 보장하는 주변 4강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 간이든 북미 간이든 그 성격상 현실성이 거의 희박하다. 그러나 불가침협정은 전쟁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전범자, 배상, 군축 문제 등과 같은 부담이 없다.

그 대신 ‘신의성실의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한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변 4강의 보장 협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 당사자 간에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이나 기본합의서 등 수많은 문서상의 합의에도 북한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지금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목숨과도 같은 핵문제에 매달리지만 말고 보다 우회적으로 주변 4강이 보장하는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을 우리 주도로 이끌어 내기를 바란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확립됨으로써 남북 간의 인적·물적 교류 협력이 상호 부담 없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것이 확대되면 통일의 길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 갈 것이다.

장수련 북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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