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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웹 영토전쟁 이후, 신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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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10 20:23:48 수정 : 2009-12-10 20: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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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뉴스의 종언 현실로

‘소탐대실’ 외면 땐 부활 기대난
주춘렬 국제부 차장
“저널리즘의 미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밝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1일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마련한 워크숍에서 던진 메시지다. 블룸버그통신의 피터 그라우어 회장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문산업의 침체가 바닥을 쳤다”며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인수에 이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뜻을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시장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인수합병과 투자붐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 미디어업계는 공짜뉴스의 범람과 금융위기 여파로 독자와 광고가 동반 감소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던 게 사실이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조차 지난 5월 초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서 “어떤 가격에도 신문사를 사지 않겠다”며 신문에 사망진단을 내릴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글로벌 미디어시장에서 공짜뉴스의 종언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머독 회장은 뉴스 소비 시장을 장악한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에 ‘신문사 뉴스를 훔쳐 돈을 버는 기생충’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달 말 뉴스코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구글의 공짜뉴스를 봉쇄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검색시장에서 ‘빙’(Bing)을 앞세워 구글의 아성에 도전한 MS가 구글 타도의 호기를 마다할 리 없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와 저작권싸움이 미디어, 소프트웨어, 인터넷의 세계 최강자 ‘빅3’의 웹 영토전쟁으로 비화한 셈이다. 머독의 독설에 꿈쩍도 않던 구글도 MS의 합류에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구글은 이달 초 웹사이트에서 하루에 1개 언론사당 5개의 공짜뉴스를 허용하되 그 이상의 기사는 유료화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웹의 영토전쟁 서막은 머독 회장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된 셈이다.

뉴스코프는 현재 월스트리트 저널에 한정된 온라인뉴스 유료화를 내년 6월까지 영국 타임스 등 전 세계 30여개 계열신문사로 확대하고 구글의 검색도 막기로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주요 신문·통신그룹은 유료화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때맞춰 세계신문협회(WAN)는 이달 초 인도 하이데라비드에서 제62차 WAN 총회를 열어 신문의 미래가 온라인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달렸다고 공식 선언했다. 광고에 기댄 과거의 공짜뉴스 모델이 사실상 폐기되고 저작권 보호에 기반한 유료화가 신문의 차세대 사업 모델로 각인된 것이다.

신문이 디지털 공간에서 부활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뉴스코프와 타임, 허스트 등 미국 5개 대형 신문그룹은 온라인 잡지 가판대를 개발할 합작 벤처기업을 선보였다.

온라인 가판대란 독자가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 전자책 등을 통해 신문과 잡지의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골라보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들 미디어그룹은 콘텐츠에 값을 책정하고 광고도 허용해 수지를 맞출 계획이며, 다른 신문의 참여도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미디어의 진화 흐름에 비춰볼 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여전히 공짜뉴스의 장벽은 높기만 하고 네이버와 다음 등 공룡 포털의 뉴스 소비 독점현상도 견고하다.

언론사들도 헐값에 뉴스 콘텐츠를 포털에 넘겨 공짜뉴스의 양산을 방치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유료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언론사의 고민도 적지 않다. 공짜뉴스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섣부른 유료화는 독자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광고수입도 급감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꺼리는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면에서 까먹는 독자 감소와 광고 손실이 포털에 뉴스를 팔아 얻는 작은 수익에 비할 바 없이 크다는 점이다. ‘소탐대실’의 현실을 외면하는 한 우리 신문의 부활은 기약하기 힘들다. 신문의 위기를 야기했던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신문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기회이기도 하다. 혼자가 힘들다면 함께라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주춘렬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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