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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창의적 수업을 바꿀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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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22 20:03:10 수정 : 2009-11-22 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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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교육 창의성개발 안돼

‘반강제식’ 대화 강의 계속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학가는 학기말을 준비한다. 교수들은 기말시험을 준비하고 학생들은 수강한 과목의 강의를 평가해야 한다. 강의평가는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학생들로서는 한 학기 동안 약자로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익명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통쾌한 기회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평가 결과가 교수의 인센티브와 각종 인사 자료에 사용된다. 그리고 수강생의 80% 이상이 평가에 참여한 과목은 결과가 모든 학생에게 공개된다.

나는 최근 들어 강의평가가 좋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 연속해서 몇 년간 학교의 전체 평균을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우수강의상을 노려본 적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야박하게도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내 수업은 약간 유별나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수업을 대화식으로 진행한다.

내가 말하는 동안 학생들이 끼어들어 질문하든지, 내 질문에 자발적으로 답하도록 장려한다. 어떠한 말이든 환영이다. 혹시 잘못된 답을 해도 면박을 주지 않는다. 물론 영어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영어로 말해도 되고 한국말로 해도 된다.

그러나 학생들은 습관이 되지 않아 그런지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별도의 ‘발표 점수’를 부여한다. 그 대신 출석을 항상 부르지 않는다. 아무리 출석해도 말을 하지 않으면 결석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엄격하게 말하면 자발적인 대화식이 아니라 강제적인 대화식인 셈이다.

한 시간 수업에 10명에서 15명 사이의 학생이 대화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 불만인 학생도 꽤 있다. 이런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이 소극적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런 것을 갖고 점수와 연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호소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면 사람을 시험으로 판단하는 일은 거의 없고, 거의 대부분 말로 평가한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사회의 평가 방식과 비슷하게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여하게 해야 수업 중에 딴생각을 하지 않고 능동적이 된다. 수업 내내 어떤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집중하면서 새로운 질문 거리를 찾는다. 교수가 완벽하게 준비해 일사천리로 가르치면 학생들은 편히 앉아 있고 수동적이 된다.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좋은 수업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입식으로는 창의성이 계발되지 않는다.

미래는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대학이 미래의 주인공을 길러야 한다면 당연히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강의 녹화 서비스를 받아봤다. 강의하는 모습을 녹화해 보여주며 카운슬러가 단점을 지적해준다. 우선 말소리가 작다는 것을 지적받았다. 그리고 수업 중에 여러 학생과 눈을 맞추며 말하라고 했다. 그 외에는 별달리 잘못된 점이 없다고 했다.

나는 강의평가가 왜 나쁜지 물어봤다. 카운슬러는 숙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면 학생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앙갚음하려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너무 많은 숙제를 내주고 일부 학생이 싫어하는 강제식(?) 대화 강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후에 단점을 고치기 위해 수업시간에 마이크를 사용한다. 그리고 여러 학생과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숙제도 줄였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발표점수 방식에 대해 불만인 학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좋은 평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업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교육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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