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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클린턴의 자기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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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09 20:28:49 수정 : 2009-08-09 20: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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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6월 북핵 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급히 갔다. 전쟁 일보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황에 그가 나선 것이다. 그는 결국 김일성·카터 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의 위기를 넘겼다. 카터 방북의 명령권자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었다.

카터는 그 일로 스타가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는 어떤 정치적 혜택을 요구하지도, 누리지도 않았다. 그냥 카터재단 활동만 했다.

이번에는 바로 그 클린턴이 북에 들어가 141일간 억류된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이었다. 임무 완료로 클린턴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는 말이 없다. 요란한 인터뷰나 TV 출연, 방북 영웅담도 하지 않는다. 거의 침묵 모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3시간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에는 한 명의 대통령만 있을 뿐”이라는 말만 한다. 백악관 보고를 하고 나면 아마도 그 역시 클린턴재단으로 돌아갈 것이다.

전직이 과도한 ‘정치 훈수’를 하지 않는 것은 미국 정가의 오래된 전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전직이라도 국가가 부르면 황급히 가서 임무를 수행하고, 일이 끝나면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서 국익을 위한 정치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퇴임 후 같은 길을 따를 것이란 추측은 쉽게 간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 환경이 다르니 수평적 비교는 곤란하겠지만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저런 정치 행보와 검찰의 수사로 부엉이바위에서 세상을 등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세력연합’, ‘독재정권 타도’ 같은 정치적 발언으로 정국의 뇌관을 건드리곤 했다. 병석에 있는 그에게는 송구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전직 대통령에 관한 예우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품위 유지’를 위해서다. 재직시 얻은 정보와 경험을 특정 정파가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쓰라는 간접명령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침묵함으로써 공적인 역할의 중요성과 의무를 말하고 있다. 공사 구분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총사령관에 대한 충성심을 웅변적으로 보여줘 국민통합의 정신을 과시한다. 그의 자기절제가 부럽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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