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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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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07 20:28:44 수정 : 2009-05-07 20: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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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국회 문턱 못 넘고 있어

공급억제로 시장불안정 초래
서승환 연세대교수· 경제학
경제정책은 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정책을 입안하고 법에 의해 집행 정당성을 확보한 후 실제 집행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행된 정책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경제주체가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어느 한 군데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정책의 실효성은 크게 상실되게 마련이다.

새로 입안된 부동산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대부분 기존의 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번 정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의 하나는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유난히 어렵다는 것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예가 있지만, 최근 국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와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하는 것 등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모양은 유사하지만 원래 의도와는 개념이 다른 새로운 형태가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가 철폐의 경우는 지난달 23일에 열린 국토해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당분간 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는 잘못된 이론적 근거와 포퓰리즘에 뿌리를 둔 미신이 유난히 많고 호들갑도 유별난 측면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불안하면 거품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하락하면 거품 붕괴 운운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작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바로 거품 붕괴 운운하며, 심지어 별 근거도 없이 절반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들의 행동을 게임이론에 입각해서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우월전략이기 때문이다. 만일 부동산 가격이 진짜로 폭락한다면 졸지에 족집게 전문가가 될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다행이어서 사회적으로 아무도 탓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철폐되면 분양가가 올라가고, 이것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해묵은 단골 논리가 또 등장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6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있는 상황에서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철폐된들 당장에 분양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전국에 산재한 경제자유구역을 잘 개발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고려될 예정이었던 경제자유구역의 분양가 상한제 처리 문제도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제자유구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한 재원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 문제는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을 억제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도입된 이후 신규주택 공급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올해 1분기의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은 1만3700여가구로 2003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최저치이다.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은 그 자체가 장기 계획이기도 하지만 그린벨트를 푸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을 담보하는 것은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양만큼의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다. 이를 저해하는 것은 확실한 반면 주택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분양가 상한제를 계속 가져가고 싶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서승환 연세대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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