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제비평] 동산 규제, 시장에 맡겨라

관련이슈 경제비평

입력 : 2009-02-19 21:29:00 수정 : 2009-02-19 21:29: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부 정책방향 감지하기 어려워

분양가 규제 철폐 확대해야
서승환 연세대교수· 경제학
노무현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정책을 끊임없이 쏟아낸 것으로 기억된다. 작년에 이명박정부도 노무현정부 못지않게 무수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작년의 전국·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07년에 비해 각각 33.8%, 41.1%나 감소했으며, 미분양아파트도 15만가구를 넘어서 2007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또한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 하락세가 서울시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신축·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5년간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거나 50% 감면해주고, 민간택지에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되는 대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작년에도 그래 왔듯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 안대로 개정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예상이 맞는다면 이번 대책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우 많다. 일반경기는 물론 큰 영향을 준다.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근본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일반경기 회복이 전제돼야만 하는 이유이다. 이에 못지않게 영향을 주는 요인의 하나는 사람들의 예측이다. 사람들의 장래에 대한 예측이 체화돼 나타난 것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다. 예측이 실망으로 끝나는 경우 부동산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100만큼의 기대를 시장에 주고 실제로 80만큼의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60만큼의 기대를 시장에 주고 60만큼의 정책을 수행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작다. 시장의 기대를 잔뜩 높여 놓고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정책을 시행하는 상황이 반복된 작년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며, 이것이 이번 임시국회의 법 개정 내용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양도세 면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 시점에서 틀림없이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래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 상당 부분이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분양가 규제 철폐는 다양한 요인이 중첩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분양가 규제가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어서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분양가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초기 분양가를 낮추면 아파트 가격 전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환상과 그렇게 하는 것이 형평을 증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정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규제 철폐는 다양한 각도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부동산정책은 거의 대부분이 노무현정부가 해 놓은 대못질을 빼는 데 급급한 것이었다.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정부의 색깔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발표한 분양가 규제 철폐에서도 장기적인 방향성을 감지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언제라도 분양가 규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건설업체 과세제도의 개선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항구적으로 분양가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간택지뿐만 아니라 공공택지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가 규제 철폐를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최소한 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비용은 개발이익에 의해 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목적이 향후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있다면, 설사 경제자유구역이 공공택지라 해도 분양가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맞는다. 이것이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것이 싫어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나라경제에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승환 연세대교수· 경제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