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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엄습하는 부동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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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20 20:32:29 수정 : 2008-10-20 2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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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주택경기도 거래 심리 위축과 미분양아파트 급증 등으로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16만채를 돌파한 상태고,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도 빠르게 불어 2만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나마 분양된 아파트조차 입주자들이 자금 마련을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금 동원 능력이 취약한 일부 중소 지방 건설사들은 우발채무의 증가로 부도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 맞서 정부는 현재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과 건설업계 자금 지원 등을 내놓으면서 경착륙을 우려해 급격한 긴축을 피하는 조심스러운 정책운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이 심상찮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차환 발행이 원활하지 못하는 등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만일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본격 수면 위로 떠올라 건설사의 부채를 금융기관이 대신 갚아야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저축은행, 캐피털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부실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은행권 등에서도 대출자금을 회수하고자 상환 압력을 높이면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급속히 번질 수 있다.

최근 물가 급등과 은행권 자금 악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 초 6%대로 내려갔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10%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계들이 신용경색 현상에 따른 대출상환 압력에도 시달릴 경우 사정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현재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을 금융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국내 가계는 자기 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이며, 가계 금융자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유난히 높은 사람은 취약한 재무구조를 견디지 못해 개인파산 상태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이미 개인파산 신청 규모가 15만명을 넘어섰고, 올 들어서만 7월까지의 신청자가 무려 7만2000명에 이르고 있다.

만일 주택가격 하락 우려가 깊어진다면 가계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의 상환을 위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팔거나 소비를 크게 줄일 것이다. 그럴 경우 집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불어나 자칫 집값이 적정선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가 생겨 국내 주택시장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계 소비감소와 금융시장 혼란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투자마저 움츠러들면 건설경기는 물론 국내 경기 전반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주택시장의 문제가 과거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 사례처럼 부동산 위기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책당국, 금융기관, 그리고 건설업체 등은 지금의 위급한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 역할을 분담해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예견 가능한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자금력이 큰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증가 일로에 있는 국내 가계부채가 가계 위기로 옮아가지 않도록 가계 스스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가계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가계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는 등 가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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