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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잘못 태어난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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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25 21:29:37 수정 : 2008-09-25 21: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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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
며칠 전 발표된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을 놓고 정국이 수선스럽다. 야당은 결사 저지를 외쳤고 당정 간 불협화음까지 들린다. 헌법보다 바꾸기 힘든 세제로 만들겠다고 밝힌 노무현 정부의 장담이 현실화되는 듯하다. 2%의 가진 자에게서 돈을 거둬 못사는 지방의 자치단체에 주는 식으로 ‘대못’까지 박았으니 어찌 쉽사리 뽑히겠는가.

종부세는 극히 일부에게만 부과되고, 세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징벌적 특징이 있다. 태동 당시부터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재산세는 지방공공재를 공급받는 데 대한 대가로 내는 지방세이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종부세는 국세이며 종부세를 낸 지역의 주민들의 편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데 쓰이고 있다. 이 모두는 조세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종부세는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조세이며, 따라서 폐지의 수순을 밟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조세원리에도 맞지 않는 종부세가 무리하게 도입된 배경에는 포퓰리즘이 있었다. 각종 얄궂은 여론조사 결과 종부세에 찬성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고작 2%의 사람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니 도입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지금도 일부 언론에서는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종부세 완화에 대한 비판의 주된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98%의 국민이 종부세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어보면 답은 뻔한 게 아니겠는가. 어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 정책의 합목적성과 합리성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인기투표에 의해 결정돼선 안 되는 법이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일부 부자들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므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동어 반복에 불과한 것이다. 애초에 종부세가 2%만을 혼내주기 위해 디자인된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면 그동안 피해를 입었던 2%만이 주로 혜택을 보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조세원리에 맞지 않는 종부세를 수정해 왜곡된 조세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지 이를 수정할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것인지가 핵심은 아닌 것이다.

주택의 경우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올려야 할 것인지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소위 고가주택 기준이 얼마인가 하는 것인데, 9·1 세제개편안에서는 이미 양도세의 경우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으로 바꾼 바 있다. 누가 고가 주택이 얼마인가 하고 물었을 때 양도세의 경우는 9억원이고 종부세의 경우는 6억원이라고 말한다면 일관성도 없고 좀 우스워 보이지 않을까.

9억원으로 올리는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의 약 3분의 2가 제외되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9억원으로 올리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양도세와 같은 방식의 장기보유 공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재산세의 개념상 장기보유 공제를 하는 것이 논리에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부세가 정상적인 재산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차피 비논리적인 종부세에 논리가 다소 안 맞는 장기보유 공제를 고려한들 무엇이 그리 큰 문제가 될 것인가.

종부세를 부과해서 집값이 안정되지 않은 것처럼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집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어 보인다.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금융 규제가 더 문제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좌파이념이 구현된 하나의 상징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종부세 완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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