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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얼빠진 경찰, 불안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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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4-01 09:23:26 수정 : 2008-04-01 0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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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 초등학생 폭행·납치미수 사건은 경찰이 어떤 조직인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일선 경찰의 기강 해이와 무사안일주의가 문제다. 10세 여자 어린이가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온 40대 남성의 납치 시도에 맞서다 폭행당했지만 이웃 주민 덕분에 큰 화를 면한 것이 사건 개요다. 사건 발생 15분 뒤 신고를 받고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출동해 피해자 진술 청취와 CCTV 녹화화면 확인, 지문채취를 했다고 한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CCTV 화면을 본 시민들은 무자비한 폭행과 납치 시도에 경악했을 것이다. 분명 ‘단순폭행’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구대는 다음날에야, 그것도 범인의 흉기소지는 뺀 채 ‘단순폭행 사건’으로 본서에 보고했다. 출동 직후 현장에서 납치미수 사건으로 즉각 보고했다면 범인도 조기에 검거했을 것이다. 보고만 제대로 했어도 사흘 뒤에야 본격 수사가 시작되는, 늑장 수사는 피할 수 있었을 터이다. 무사안일 풍토, 그리고 초기 대응 미숙과 관련한 문책을 피하려는 은폐·축소 의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단순 폭행’으로 보고했겠는가.

안양 유괴살해 사건으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자 경찰청이 ‘어린이 납치·성폭행 종합대책’을 발표한 날 이번 범행이 발생했다. 지도부가 법석을 떤 당일에 일선 현장에선 ‘축소 보고’를 하고, 본서의 부실 수사가 뒤를 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피해자 측이 전단지를 배포하며 범인을 찾으려 했겠는가. 뒤늦게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지만 경찰 위상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조직이 경찰이다. 과연 지금의 경찰에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길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관계자 엄벌 같은 판박이 대처로는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빠진 경찰 조직을 개조하긴 어렵다. 정부는 경찰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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