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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작지만 위대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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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4-01 09:24:39 수정 : 2008-04-01 09: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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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천문학자라고요? 내일 날씨는 어떨까요?” 천문학을 공부하는 내게 가끔 사람들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은 지구의 대기 안쪽이 아니라 바깥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를 어쩌랴! 지구 대기 바깥은 어떤 모습일까. 1주일 후인 오는 8일, 한국인 최초로 이소연씨가 우주로 나가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그때가 되면 우주는 직접 체험 대상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것이다.

우주 개발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미 1957년 구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61년엔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 발 뒤처졌다고 생각한 미국은 이에 자극받아 69년 아폴로 우주인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개가를 올렸다. 그 이후 로켓의 효율이 개선되었고, 우주선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우주왕복선이 등장했다. 지금은 축구장만한 우주 정거장이 지구 둘레를 돌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우주 개척에서 후발 주자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많은 기회가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본다. 시작이 반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과거 미·소의 우주 개발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함으로써 국민을 단결시키고 전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수단의 일환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지금, 왜 선진국은 여전히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우주에 쏟아 붓는 것일까.

사람에게 우주 공간은 참으로 가혹한 환경이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의 생명을 유지시키려고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물과 공기를 재활용하는 공기정화기와 정수 장치가 개발되었다. 요즘은 이러한 첨단 장비가 대중화되어 우리 집 거실에도 자리 잡고 있다. 그뿐 아니다. 1954년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발명한 태양전지는 4년 후 뱅가드 우주선에 사용되었다. 그 당시 태양전지는 발전 효율이 고작 4%였는데, 지금은 4배나 좋아졌고, 요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한 테마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우주인들이 신는 신발을 만들던 소재를 사용한 조깅화, 우주왕복선에 쓰인 신소재로 만든 볼펜 등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우주기술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이처럼 우주 개발의 역사가 입증해왔듯이 우주 과학은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후발 개발도상국의 중간에 있다. 앞선 사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후발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선진국은 처음으로 도전해야 하는 일이 많다. 앞으로 우리는 그러한 도전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맛볼 것이다.

나는 우주를 연구하는 대형 망원경을 만들 궁리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이 이 사업에 투자하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세계 최대의 천체망원경을 보유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다. 며칠 전 초등학생들에게 천문학자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설명해 주면서 생각을 해보니, 이 망원경은 바로 이 학생들이 사용할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우주 개발이나 천체망원경 제작 따위는 당장 먹고사는 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우리가 그것에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는 근본 이유는 꿈과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더들리 허슈바크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 들지 않아요. 대신 열정과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일 호기심을 갖게만 되면 그 호기심을 풀려는 그들을 아무도 말릴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지식은 책이건 인터넷이건 어디에서든 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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