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는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의사 3명과 이 병원의 온라인 홍보를 대행한 업체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여성그룹 ‘레인보우’의 리더 김재경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중에게 김씨가 ‘성형미인’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 대중의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한 신인 여성가수의 이미지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판결의 근거조차 급속히 효력을 상실해갈 것 같다. 최근 한 모델업체가 3년간 온라인 광고에 얼굴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무료 성형수술을 해준다는 무차별 이메일 광고를 보내자 지원자가 속출해 화제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얼굴 전체를 갈아엎고 싶다’ ‘꿈을 이루게 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3년간 얼굴이나 신체부위를 공개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온라인의 특성상 평생 ‘성형 미인’으로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강남의 백화점과 이른바 명문 여대의 중앙도서관 등지에 성형외과 전문의들과 함께 가서 관찰을 했더니 최소한 열명 중 네명 이상이 성형을 했더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미 3년 전이다. 지금은 케이블TV에서도 내놓고 성형 지원자를 뽑아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중계한다.
1970년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쓰기 시작해 옥스퍼드사전에까지 등재된 ‘루키즘(Lookism)’은 외모가 개인 간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믿으며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 내지는 외모차별주의를 말한다. 이제 외모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자연스러운 생김새가 아니라, 차별의 ‘이데올로기’ 혹은 집단 신경증의 대상으로 한국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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