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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러 나간 아들이…" 33년만에 안 진실

입력 : 2012-05-26 10:41:07 수정 : 2012-05-26 10: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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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실종 美사회 충격
‘실종아동의 날’ 만들어져
붙잡힌 50대 “살해” 자백
6살 소년 이튼 패츠의 행방을 찾기 위한 33년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 집 근처 잡화점 지하실에서 끔찍하게 희생된 것으로 결론났다. 스쿨버스를 타러 나가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부모의 기다림도 끝날 수 있을지…. 혹시나 해서 33년간 집을 그대로 지키면서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은 부모다.

미국 뉴욕경찰이 1979년 5월25일 뉴욕 맨해튼에서 이튼을 살해한 혐의로 페드로 헤르난데즈(51·사진)를 체포해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튼은 당일 오전 8시 학교에 가러 맨해튼 소호 집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두 블록 거리에서 아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미국인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사상 처음으로 우유팩에 실종 아이 사진이 나붙고 ‘실종아동의 날’(5월25일)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이튼의 엄마 줄리와 아빠 스탠은 지금껏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단서가 될까 해서 집으로 걸려오는 모든 전화 내용을 기록했다. 노트에는 ‘이튼이 이탈리아 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제보까지 적혀 있다.

33년전 실종된 이튼 패츠의 가족사진(왼쪽)과 실종 전단지.
범인은 스쿨버스 정류장 인근 잡화점에서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그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이튼에게 탄산음료를 주겠다며 잡화점 지하로 꾀어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튼 시신은 가방에 담아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범행 직후 잡화점을 그만두고 뉴저지주 남부 캠든시로 거처를 옮겨 쭉 살았다. 이웃은 그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다. 전날 경찰의 방문조사를 받자 뉴욕으로 돌아와 범행을 시인한 그는 살해 이유에 대해선 “나도 모른다”고만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는 현재 2급 살인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뉴욕은 살인과 강간, 납치 등은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 해결은 지난달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게 전환점이 됐다. 이튼의 집과 가까운 낡은 건물 지하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수색견이 사람 냄새를 맡으면서 지난달 19일부터 5일간 고고학자까지 동원한 수색이 이뤄졌다. 수색 자체로는 성과가 없었으나 이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제보전화를 걸었다. 범인은 1981년부터 주변 친지에게 “뉴욕에서 아이를 죽이는 나쁜 짓을 했다”고 실토했던 것.

경찰이 범인을 붙잡았지만 기소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의 자백을 입증할 만한 증거물이나 법의학적 단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33년 전 경찰 수사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경찰은 잡화점 직원 대부분을 심문했으나 정작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외됐다. 또 실종 장소 주변의 쓰레기물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아 초기 단서 확보에 실패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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