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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코피… 후쿠시마 아이들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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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6 09:20:13 수정 : 2011-07-06 09: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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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늑장 대응으로 내부피폭 위험 무방비 노출
원인불명 건강 이상 호소 급증… 당국 “영향없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고리야마(郡山). 이 지역에 사는 주부 야기누마 요시코(柳沼良子·가명·37)는 두 자녀가 외출할 때 긴소매 옷을 입히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시키고 있다.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장남(9)은 최근 눈 밑에 기미가 생기고 안색도 창백해졌다. 딸(8)도 코피를 흘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야기누마의 자녀들뿐 아니라 후쿠시마현 전체에서 원인불명의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립병원기구 홋카이도암센터의 니시오 마사미치(西尾正道) 원장(방사선치료과)은 “저선량 방사능 노출의 초기 증상으로 설사나 목마름, 권태감, 코피 등이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방사능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의사들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아이들이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내부피폭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 후쿠시마현에 사는 산모들의 모유와 어린이 소변에서 방사성 세슘이 잇따라 검출된 데 이어 원전 주변 아이들의 40% 이상이 갑상선 피폭을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월26∼30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이와키, 가와마타마치, 이타테무라 등에 사는 0∼15세 아동·청소년 1080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피폭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45%가 갑상선 피폭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 피폭량은 시간당 0.1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50mSv(밀리시버트)였으며, 나머지도 대부분 시간당 0.04μSv(연간 20mSv) 수준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건강에 영향이 없는 미량”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보고서에 후쿠시마현 어린이들의 갑상선 피폭 여부를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피폭 유무에 대해선 명기하지 않았다.

방사선 전문가들은 아동이 성인에 비해 방사선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후쿠시마현 어린이 전체에 대한 내부피폭 검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인근에 거주하던 어린이들의 갑상선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어린이들의 내부피폭이 확인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의 민간 방사선 연구단체인 아크로(ACRO)가 후쿠시마의 6∼16세 아동·청소년 10명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10명 전원에서 방사성물질이 발견됐다. 또 같은달 7일에는 후생노동성 연구반이 후쿠시마현 거주 여성 7명의 모유에서 방사성 세슘을 검출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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