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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3쪽 책 ‘분개하라’ 프랑스 강타

입력 : 2011-01-04 21:35:46 수정 : 2011-01-04 21: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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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출신 93세 헤셀 저작
석달만에 60만부… 판매 1위 올라
정치·경제·자본 권력 공모 비판
올해 93세인 레지스탕스(저항군) 출신 스테판 헤셀이 프랑스 서점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는 겉표지까지 다 합쳐도 30쪽이 채 되지 않는 책 ‘분개하라!(Indignes vous!)’를 통해 젊은 층을 자극하고 있다.

본문만 치면 13쪽에 불과한 이 책은 팸플릿에 가깝다. 그 속엔 섹스에 관한 얘기나 우스갯소리는 없다. 문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참신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은 출간 3개월 만에 60만부가 팔려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 1위에 올랐다고 3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분개하라’의 저자 스테판 헤셀.
인디펜던트 제공
헤셀은 1917년 독일 베를린 태생으로 7세 때 프랑스로 이민했다. 1941년 참전한 뒤 레지스탕스 조직에 투신했다. 종전 후 유엔인권선언 초안 작성작업에 참여했고 외교관을 지냈다. 이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보인다.

헤셀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단순명료하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정치·경제·자본 권력의 공모에 분개할 것을 촉구한다. 1940년대 자신이 나치 독일에 저항했던 것처럼. 아울러 불법이민자를 비인간적으로 추방하고 가진자를 위한 정치가 이뤄지며, 사회보장제도가 파괴되는 프랑스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200년에 걸쳐 쟁취한 민주주의 권리를 수호하라고 강조한다.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책 ‘분개하라’의 성공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출판사 측은 최근 시장독재와 은행가의 천문학적 보너스, 재정부족 등으로 복지국가의 존립이 흔들리는 현 시대에 이 책이 경종을 울렸다고 분석한다. 또한 헤셀이 내년 대선을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 대한 분개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한 것이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렴한 가격과 얇은 두께인 책의 출간시기가 선물수요가 급증한 연말연시와도 맞아떨어졌다.

저자는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질타하고 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가 참아선 안 될 것들이 있다. 가장 나쁜 것은 무관심이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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