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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취객 구한 韓유학생은 `안전 전문가'

입력 : 2010-11-12 08:44:30 수정 : 2010-11-12 08: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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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열차가 역 밖에서 멈출지, 만일의 순간에는 어디로 피하면 될지 다 알고 있었거든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준 정도인 거죠"

도쿄의 네즈(根津)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60대 남성을 구한 일로 일본에서 화제가 된 이 준(32.도쿄대 박사과정)씨는 11일 자신의 용기를 칭찬하는 기자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안전 지식'이라고 답변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9시30분께 귀가하려다 학교 부근 네즈 역에서 한 신사가 선로에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열차가 막 떠난 직후라서 승강장엔 인적이 드물었다. 이 남성은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너무 피곤했는지 비틀거리다가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이 상황에서 이씨는 무조건 선로로 뛰어들지 않고, 우선 비상벨을 찾아서 눌렀다.

"다음 열차가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6분밖에 없었거든요. 열차가 역 구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우선 조치를 한 거죠"

그다음에는 신사에게 의식이 있는지를 살폈다. 의식이 있으면 어느 역 승강장에나 있는 선로 옆의 공간으로 피하라고 하는 게 낫기 때문. 하지만 그 신사는 선로에 걸쳐 쓰러진 채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만일의 순간에 자신이 피할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침착하게 살핀 뒤 선로로 내려갔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남성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주고서 목과 등 쪽을 받치려고 했다. 그 순간 남성의 몸에서 피가 나온다는 걸 알았고, 침착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

일본에서 이씨의 사연이 화제가 된 건 그 후의 일이었다. 며칠 뒤 네즈역 곳곳에 경찰 명의로 '어젯밤 선로에 떨어진 60대 남성을 구하고 사라진 "협력자"(남)를 찾습니다'라는 공고문이 붙었고, 25일자 아사히신문에는 이씨를 찾는 기사까지 실린 것.

이씨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에서 자신을 '제2의 이수현'이라고 추어올리자 이씨는 부담스러워했다.

도쿄대 사회기반공학과 교통연구실 박사과정에 다니는 이씨의 전공은 '긴급 재난시 보행자의 대피로'.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에선 지하철 안전시스템에 대해서도 공부한 안전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더구나 군 복무 중에 조교로 있으면서 안전 훈련까지 배웠으니 모든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구한다고 아무나 선로에 뛰어들면 사고만 커질 수 있어요. 뛰어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비상벨을 누르는 겁니다. 비상벨은 처음 본 사람이 안 누르면 아무도 누르지 않거든요"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라고 강조한 이씨는 19일 도쿄지하철과 도쿄소방서에서 감사패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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